오랜만에 논문 소식을 쓴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거의(?) 생물학인데 제목은 "Waveforms of molecular oscillations reveal circadian timekeeping mechanisms (분자진동의 파형이 생체시계 기작을 드러낸다)"이다.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가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 또는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고 그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작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된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확실히 노벨상하고 엮으면 뭔가 있어보임;;) 이 일은 지금 홍콩에 있는 김판준 교수가 한국에 있을 때 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해서 시작한 건데 그게 벌써 3년도 더 전이다.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며칠 전에야 <Communications Biology>에 출판되었다. 이 저널은 네이처지의 오픈액세스 저널로서 올해 초에 처음 시작된 아주 따끈한 저널이다.

애기장대라고 불리는 아라비돕시스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유전자 중 PRR7, PRR5 등이 있는데 이들의 세포내 단백질 농도가 24시간 주기를 가지고 진동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빛이 들면 농도가 점점 커지다가 빛이 사라지면 다시 점점 줄어드는 단순한 패턴이다. 즉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생합성되었다가 분해되는 과정을 24시간 주기로 겪는데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들(PRR5의 경우 ZTL)이 있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우리는 일단 특정 단백질 하나의 진동패턴, 즉 파동형태를 먼저 공부해보기로 했다. 이 단백질의 농도에 관한 간단한 미분방정식을 쓴다음에 이를 분석해서 단백질 분해율(degradation rate)이 시간에 따라 변해야 단백질의 생성/분해 비용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 생체시계 유전자가 모두 24시간 주기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이 단백질의 분해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의 단백질 농도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체시계 유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고, 진동을 한다고 해도 그 진폭이 매우 작아서 거의 상수처럼 보이는 경우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왜 생체시계 유전자의 분해에 관여하는 다른 단백질이 진동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단백질의 생성/분해 비용이라는 틀을 이용해 답하려 했다.

단백질 농도의 파동형태를 x(t)라고 하면 이로부터 분해율의 하한선 R(t)를 유도할 수 있는데 실제로 분해율을 실험적으로 측정한 값들을 이 R(t)와 비교해보았다. 이미 알려진 실험값들(t=4시, 12시)은 모두 R(t)보다 크게 나왔으며, 오하이오주립대의 공동연구자들이 t=18시에서 새로 실험을 한 결과 역시 R(t)보다 크게 나와서 우리의 예측이 맞다는 것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 생성/분해 비용을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계산하여 생체시계 유전자의 분해에 관여하는 다른 단백질이 진동하는 것이 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PRR7, PRR5, 그리고 동물의 PER2 단백질 데이터를 이용해서 보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동물의 경우도 공부해보았다. CLOCK이라는 유전자와 BMAL1이라는 유전자의 단백질 복합체가 동물의 생체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역시 이 복합체의 활성화/비활성화를 기술하는 간단한 미분방정식을 쓴 후에 이를 분석하여 동물에서 BMAL1이 왜 진동하는지, 진동하면 뭐가 좋은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사실 이건 실험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내용이라 수학적인 논의라는 한계가 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체시계 단백질 사이의 위상차가 진동으로 인해 더 폭넓게 허용된다든지 여러 단백질들이 동시에 대칭적인 패턴을 보일 수 있다든지 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생물물리를 하시는 분들과는 이러저러하게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연구를 함께 해본 건 처음이고 그래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김판준 교수의 추진력과 다른 공저자들의 실험, 조언, 토론 등이 있었기에 출판까지 하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