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이언스>에 실린 사회과학자들의 연결망분석에 관한 글을 읽었다. 사람들에게 소개할만한 글이라고 생각하여 급히 번역을 해봤다. 필요한 경우 의역도 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원글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림과 그 설명은 따로 옮기지 않았으나 원글을 보지 않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따옴표는 원글의 표기를 따랐다.


서지사항: Stephen P. Borgatti, Ajay Mehra, Daniel J. Brass, Giuseppe Labianca, Network Analysis in the Social Sciences, Science 323, 892-895 (2009). [링크]


---


사회과학에서 연결망분석


지난 10년 동안 연결망연구에 대한 폭발적인 흥미가 물리과학과 사회과학에 걸쳐 일어났다. 사회과학자들에게 연결망이론은 금광이었는데 심리학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서는 사회과학자들이 사회연결망분석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것들을 짚어보고 기본적인 가정, 목표, 설명 기제에 대해 간단히 기술할 것이다. 연결망 현상의 선행(antecedents)와 결과(consequences)를 이해하는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 사이의 대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사회과학에서 가장 강력한 생각 중 하나는 개인들이 두꺼운 사회적 관계망에 끼워져 있다는 것이다. 사회연결망이론은 플라톤 시대부터 사회철학을 지배했던 질문, 즉 사회적 질서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어떻게 자율적인 개인들이 지속적으로 기능하는 사회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연결망이론은 또한 수많은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데, 개인의 창조성부터 기업의 이익가능성까지 아우른다. 연결망연구는 최근 “뜨거운” 주제다. 웹오브사이언스에서 “사회연결망”이라는 주제에 관한 논문의 수가 지난 10년간 거의 3배로 늘었다. <사이언스>의 독자들은 이미 물리학과 생물학의 연결망연구에 친숙하지만 사회과학에서 이루어진 것들에 대해서는 덜 친숙할 것 같다.


역사


1932년 가을 뉴욕의 허드슨여자학교에서 가출이 유행했다. 2주 동안 14명의 소녀들이 가출했는데 이는 정상보다 30배나 많은 비율이었다. 심리치료사 제이콥 모레노는 가출소녀들의 성격이나 동기에 관한 개인적 요인보다 그들의 사회연결망에서의 위치가 더 설명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레노와 그의 공동연구자인 헬렌 제닝스는 “사회계량(sociometry)”을 이용해서 허드슨의 사회연결망을 그렸다. 사회계량은 개인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주관적 감정을 그래프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이 사회연결망에서의 링크가 소녀들 사이의 사회적 영향과 생각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모레노는 주장했다. 소녀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연결망에서의 그들의 위치가 그들이 언제 가출했는지를 결정했다.


모레노는 사회계량을 일종의 물리학으로 봤는데 “사회적 원자들”이 “사회적 중력” 법칙으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사회과학을 물리학을 따라 모형화하는 생각은 물론 모레노가 발명한 건 아니다. 그보다 100년 전에 사회철학자 꽁트는 “사회물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만들고자 했다. 50년 후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껭은 인간사회는 서로 관련된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졌다는 면에서 생물시스템과 같다고 주장했다. 사회의 규칙성은 개인들의 의도가 아니라 그들이 끼워져 있는 사회적 환경의 구조로부터 이해될 수 있었다. 모레노의 사회계량은 이 추상적인 사회구조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사회연결망연구는 몇 가지 전선으로 발전했다. 그중 하나는 행렬대수와 그래프이론을 이용해 그룹이나 사회적 무리 같은 근본적인 사회심리학적 개념을 형식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결망데이터에서 나타나는 그룹을 객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전선은 연결망에 관한 연구실 실험의 발달이다. MIT 그룹연결망연구실의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소통연결망 구조가 그룹의 문제해결 속도와 정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별 구조 같이 더 중심화된 구조일수록 그렇지 않은 분산된 구조(원형 구조)보다 문제해결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학적으로는 원형 구조가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수학적 최적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통합하는 노드가 없는 상황에서 노드들이 꽤나 복잡한 정보교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인간연결망에서는 변두리에 위치한 노드들이 정보를 중심 노드로 보내고 그 중심노드가 정확한 답을 결정한 후 이를 변두리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심노드와 변두리노드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은 연결망에서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MIT의 바벨라스와 그 동료들이 한 연구는 심리학, 정치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1950년대에 수학자 코셴과 정치과학자 드솔라풀이 오늘날 “좁은 세상” 문제로 알려진 주제로 쓴 논문은 많이 회자되었는데 1978년에 결국 출판되었다. 두 사람이 랜덤하게 선택되었을 때 그들이 서로 알 확률은? 더 일반적으로 그들을 잇기 위해 얼마나 긴 연결고리가 필요한가? 수학적 모형에 근거하여 그들은 미국 같은 인구에서 최소한 50%의 쌍이 2명 이하의 중간 다리를 거치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년 후 스탠리 밀그램이 그들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검토했는데 그게 “여섯 단계 분리”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이 시기 동안 연결망연구는 변화하는 도시의 사회적 구조를 연구하는데 관심이 있었던 사회학자들에 의해서도 쓰였다. 당시 공통된 확신은 도시화가 공동체를 파괴했으며 도시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사회학자들은 사람들 사이의 구체적 관계인 사랑, 증오, 지지 등을 공동체의 기본요소로 봤다. 그들은 연결망분석을 이용해 공동체구조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북부캘리포니아의 도시화의 정도가 서로 다른 50개 공동체에 사는 10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각 응답자는 그들이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연구자들은 도시화가 실제로 연결망밀도를 낮췄음을 발견했다. 도시화는 만족과 전체적 복지에 관한 심리적 측정량들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1만 명이 거주하는 미드웨스턴 타운의 13-19세인 369명의 소년과 366명의 소녀들에 대한 연구는 그들의 행동이 그들이 속한 “집단(clique)”에 강하게 영향 받는다는 걸 밝혀냈다. 공동체연결망구조를 나타내고 분석하는 건 오늘날 사회과학의 연결망연구의 최전선에 있으며, 최근 급증한 컴퓨터기반 가상공동체구조를 밝혀내는 데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0년대까지 연결망관점은 인류학에서도 번창했다. 래드클리프 브라운의 선구적인 연구에 영향을 받은 세 가지 주요한 연구흐름이 있었다. 첫째로 개념적 수준에서 S.F. 나델 같은 인류학자들은 사회를 획일적인 실체가 아니라 “행위자들이 서로에게 역할을 하는 관계의 패턴 또는 연결망”으로 보았다. 둘째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통찰 위에서 학자들은 친족체계를 관계를 생성하는 집합으로서 관계대수와 파생관계를 구성하는 이진합성연산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호주의 아룬다 같은 사람들의 친족체계가 멋진 수학적 구조를 형성한다는 게 곧 밝혀졌다. 이는 깊은 법칙 같은 규칙성이 인간사회의 혼돈양상 밑에 깔려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었다.


세번째로 수많은 사회인류학자들은 여러 결과들을 연결망에 기반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보트의 고전적 민족지연구는 영국의 20개 도시가족들을 조사하여 남편과 아내가 가정에서 맡는 역할의 상당한 차이를 설명하려고 했다. 어떤 가족들에서 노동 분절은 엄격했지만 다른 가족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보트는 남편-아내의 역할관계에서 나타나는 분절의 정도가 가족의 사회연결망 밀도와 직접 관련이 있음을 찾았다. 연결망이 더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전통적인 역할 분절이 더 많이 유지되었다. 이는 더 큰 연결망의 구조가 쌍방 관계와 행동에 영향을 끼침을 보여준다.


1970년대에 연결망연구의 중력중심은 사회학으로 옮겨갔다. 로레인과 화이트는 관계의 모든 가능한 합성이 구성되었을 때 나타나는 복잡한 대수(예, 누구의 부모의 부모의 배우자...)에 관한 축소된 모형을 세우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들은 구조적으로 동일한 노드들, 즉 들어오는 링크와 나가는 링크가 비슷한 노드들을 묶음으로써 개인보다는 구조적 위치로 노드가 정의되는 새로운 연결망(축소된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생각은 개인들보다는 역할들의 연결망으로서 사회구조에 관한 인류학자들의 생각과 잘 맞았는데, 이는 미국경제의 구조에서 역할분석 등과 같이 폭넓게 적용되었다. 구조적으로 동등한 개인들은 비슷한 사회적 환경에 처하고 그래서 비슷한 반응, 즉 비슷한 태도나 행동을 발달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중요한 기여는 그라노베터의 약한 연결의 힘(SWT) 이론이다. 그라노베터는 한 사람의 가까운 이웃들은 서로 아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에서 강한 연결들은 “덩어리지는(clumpy)”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로 그들이 전달하는 정보는 되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약한 연결은 나머지 이웃들과 떨어져 있으므로 새로운 정보의 출처가 되곤 한다. 20년 후 이 이론은 사회자본의 일반이론으로 발달했다. 즉 개인이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이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그 개인이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마침내 더 좋은 직장과 빠른 승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1980년대까지 사회연결망분석은 사회과학에서 확립된 분야였다. 전문적 단체(INSNA)와 연례학회(Sunbelt), 전문소프트웨어(UCINET 등), 그 자신의 저널(<소셜 네트웍스>)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대에 연결망분석은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되었는데, 물리학과 생물학도 포함된다. 응용분야로는 경영상담, 공공보건, 범죄/전쟁 방지가 있다. 경영상담에서 연결망분석은 종종 지식경영의 맥락에 적용되는데, 목적은 조직들이 그 구성원들 사이에 분포한 정보와 능력들을 더 잘 뽑아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공공보건에서 연결망접근은 전염병 확산을 막고 건강관리와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데 중요했다.


모든 응용분야 중 국가안보는 아마도 사회연결망분석을 가장 많이 끌어안은 영역일 것이다. 범죄, 그 중에서도 조직범죄에 맞선 사람들은 오랫동안 연결망관점을 이용했다. 그들은 “관심 인물”들 사이의 링크로 이루어진 연결망을 벽을 덮을 만큼 큰 지도로 만들어 붙였다. 이 연결망접근은 사담 후세인을 잡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덧붙여, 테러그룹들은 조직보다는 연결망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기능적인 연결망을 혼란시키는 연구에 불을 붙였다. 동시에 연결망에 맞서기 위해 연결망이 필요하다고 주장되기도 하는데, 이는 분산된 단위를 이용한 군사 실험으로 이어진다.


사회연결망이론


사회연결망연구에 대한 아마도 가장 오래된 비판은 이 분야가 이론적 이해가 부족하며 “단지 기술할 뿐”이거나 “그냥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이론이 너무 많으며 이 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이 넘쳐나는 이론들을 정리하고 단순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요한 점들을 물리과학과 생물학의 연결망접근과 비교하면서 간단히 요약할 것이다.


링크의 형태. 물리과학에서 어떤 쌍으로 이루어진(dyadic) 현상도 연결망으로 간주하는 건 드물지 않다. 이 경우, 연결망과 수학적 그래프는 동의어이며 단백질 상호작용부터 공저자, 국제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는데 같은 기술을 쓸 수 있다. 반대로 사회과학자들은 대체로 다양한 종류의 쌍 링크를 분석적으로 이론적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그림 3에 나온 유형학(typology)은 쌍 관계를 네 가지 기본 형태로 나눈다: 유사성, 사회적 관계, 상호작용, 흐름. 사회연결망연구의 많은 부분은 어떻게 이런 서로 다른 링크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구조의 중요성. 화학의 이성질체 연구처럼 사회연결망분석의 근본공리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구성원들의 솜씨가 동일한 두 팀은 구성원 사이의 관계 패턴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비슷하게 개인 노드 수준에서 노드의 결과와 그것이 보일 특징은 부분적으로 연결망 구조에서 그 노드의 위치에 의존한다. 전통적 사회연구는 개인의 속성과 특징을 그 개인의 다른 특징들의 함수로 설명했다(예, 교육과 성별의 함수로서 수입). 반면 사회연결망 연구자들은 개인의 사회적 환경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영향 과정을 통해서건(예, 친구들의 직업 선택을 채택하는 경우) 지레 과정(예, 개인은 힘 있는 이웃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어떤 걸 할 수 있게 된다.)을 통해서건 말이다. 사회연결망분석의 중요한 일은 구조, 위치, 쌍 성질(구조의 응집이나 연결성), 링크의 전체적 “모양”(즉 분포)을 특징짓는 그래프이론적 성질들을 발명하는 것이었다.


노드 수준의 분석에서 가장 널리 연구된 개념은 중심성이다. 즉 연결망에서 노드의 구조적 중요성과 두드러짐에 관련된 노드 수준의 여러 성질들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프리만의 사이성(betweenness)도 그런 중심성 중 하나인데 이는 노드 사이의 최단경로가 (특정 노드를) 얼마나 자주 지나가느냐를 측정한다. 행위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통하는 흐름을 느리게 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으로 해석되곤 한다. 예를 들어, 패짓과 안셀은 15세기 플로렌스의 메디치가의 결혼과 재정거래에 관한 역사데이터를 분석했다. 메디치의 상승은 연결망에서 높은 사이성을 가진 위치의 함수였고 그들을 소통과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허브로 역할하도록 만들었다.


연구질문들. 물리과학에서 핵심연구목표는 척도 없는 이웃수 분포처럼 랜덤하지 않은 연결망의 보편적 성질들을 형식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그룹이나 맥락에 따른 구조적 차이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런 차이를 이용해서 결과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그라노베터는 보스턴시가 두 이웃한 타운을 흡수하고자 했을 때 타운 중 하나가 성공적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들이 집합행동을 하기에 더 좋은 연결망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회과학과 물리과학이 공유하는 연구목표는 연결망의 링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더 일반적으로 연결망 성질들, 이를테면 연결망의 뭉친 정도나 노드 중심성의 분포 등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다. 사회과학에서 이런 형태의 대부분의 연구는 쌍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친구 연결의 기본은 무엇인가? 기업은 어떻게 협력체를 선택하는가? 여러 세팅에 대한 많은 설명이 제시되었지만 크게 두 가지 기본 범주로 묶어볼 수 있다: 기회기반 선행(두 노드가 연락할 가능성)과 이익기반 선행(링크형성에 이르는 효용 최대화 또는 불만 최소화).


연결망의 선행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지만 사회과학에서 연결망연구의 주요 초점은 연결망의 결과에 있다. 사회연결망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공리는 아마도 이것이다: 연결망에서 노드의 위치가 그것이 마주치는 기회와 제약을 부분적으로 결정하고 이런 방식으로 노드의 결과(outcome)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인기 있는 개념인 사회자본을 뒷받침하는 연결망 생각이다. 행위자의 인적자본(지식, 솜씨, 능력)에 대한 투자 회수율은 그들의 사회자본(연결망에서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물리과학과 달리 노드의 다양한 결과(outcome)는 사회연결망 변수의 결과(consequence)로서 연구되었다. 넓게 말하자면 이러한 결과들은 두 범주로 묶인다: 균일(homogeneity)과 수행(performance). 노드 균일은 행동이나 내부구조에 관한 행위자의 유사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행위자가 기업이라고 하면 어떤 기업들이 같은 조직지배구조를 받아들일지를 예측할 수 있다. 비슷하게 노드가 개인이라고 하면 핵심연구는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에서 유사한 정도를 예측하는 문제일 수 있다. 수행은 어떤 상품(good)에 대한 행위자의 결과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기업 중심성으로 기업의 혁신능력을 특허수나 재정수행 등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른 연구는 개인의 중심성을 힘과 영향력에 연결짓기도 한다. 


이론적 기제. 아마도 사회연결망 변수의 결과를 설명하는 가장 공통된 기제는 노드 사이의 직접 전송 형태일 것이다. 이게 물리적 전달(돈 같은 물적 자원)이든 모방 과정이든 무언가가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 연결망의 경로를 따라 흐른다고 할 수 있다.


적응 기제는 노드들이 비슷한 사회적 환경을 겪거나 거기에 적응함으로써 균일해진다고 한다. 생물에서 수렴형태에 관한 설명처럼 그들은 같은 환경적 힘을 겪고 적응하면서 점점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조언 연결망에서 중심성이 큰 두 노드는 전화나 이메일을 비슷하게 싫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둘 다 이 매체를 통해 도움요청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전송의 경우와 달리 “소통매체에 대한 염증(distaste)” 상태는 노드 사이에 전달되지 않는다. 대신 다른 노드들과의 (구조적) 관계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노드에서)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묶음 기제는 화학에서 공유결합과 비슷하다. 사회적 연결로 노드들을 묶어서 성질이 매우 다른 새로운 실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묶음은 “구조적 구멍(structural hole)”의 수행이득을 뒷받침하는 개념이다. 자아연결망(초점이 되는 노드와 직접 연결된 노드들, 즉 이웃들의 집합과 그들 사이의 링크의 집합)에서 구조적 구멍은 이웃들 사이에 연결이 없음을 뜻한다. 사회연결망분석에서 확립된 주장은 많은 구조적 구멍을 갖는 자아가 어떤 경쟁적 상황에서 더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노드 주변에 구조적 구멍이 없다는 건 그 노드의 이웃들이 서로 잘 “묶여” 있다는 말인데, 그들이 소통하고 조정함으로써 (자아에 대해) 마치 하나의 위협적인 “이웃(other)”처럼 행동할 수 있다. 이게 노조나 정치적 동맹의 이익 뒤에 있는 기본원리다. 반대로 구조적 구멍이 많은 노드는 (그 이웃들) 서로에 대해 연결되지 않은 노드처럼 행동하여 분리, 정복할 수 있다.


배제 기제는 노드가 다른 노드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세번째 노드를 배제하는 경쟁적 상황을 가리킨다. “사슬” 연결망을 생각하자. (a-b-c-d-e; 각 문자는 노드이며 선은 링크를 나타냄) 각 노드는 그들과 직접 연결된 노드들과 쌍 “거래”를 할 수 있다. 노드 d는 c나 e 중 하나하고만 거래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두 노드와 거래하지 못한다. d는 e와 거래하기 위해 c를 배제할 수 있다. 여러 실험들은 노드 b와 d의 협상력은 높지만 a, c, e의 협상력은 낮다는 걸 보여줬다. 재미있는 건 c의 상황인데 b나 d보다 더 중심에 있고 거래 대상의 수도 b와 d처럼 2다. b와 d가 강한 건 그들하고 거래할 수밖에 없는 a, e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한 노드들하고 협상해야 하는 c의 협상력은 그래서 약해진다. 이렇게 각 노드의 힘은 연결망에서 다른 노드들의 힘의 함수가 되며, 노드의 힘은 자신과 멀리 떨어진 연결망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배제 기제의 예는 사업 사이의 공급사슬에서도 나타난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공급자와 배제적인 계약을 맺으면 경쟁 업체들은 그 공급자에 접근할 수 없어서 시장에서 취약해진다.


양자역학에서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는 관찰되는 시스템에 관찰자가 미치는 영향을 기술한다. 사회과학에서 연결망연구에 대한 예측가능한 도전은 이 이론들이 인구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을 보는 방법과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든스가 이 현상을 이중해석학(double-hermeneutic)이라 불렀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같은 사회연결망싸이트의 인기가 폭발적인데 사람들의 연결이 눈에 잘 띄고 두드러지게 된다. 이런 싸이트들은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사회연결망의 구조와 내용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그 연결망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제안하기도 한다. 사회연결망이론에 대한 인지가 향상되면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연결망을 만들고 유지하고 지렛대 삼는 방식을 바꿀까?


마지막 관찰들


연결망을 연구하는 물리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의 관계에 대해 궁금한 점은 각 캠프가 서로를 단지 기술적(descriptive)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리과학자에게 사회과학의 연결망연구는 기술적인데, 왜냐하면 연결망 성질들을 액면가로 잴 뿐 에르되쉬-레니 랜덤 그래프와 같은 이론 모형에서 얻어진 값들과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회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당황스럽게 반응한다. 그들에게 단순한 랜덤 그래프 같은 기준선 모형들은 극단적으로 순진해 보이는데, 이를테면 마천루 구조를 같은 양의 물질로 이루어진 랜덤 분포와 비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사회과학자들과 물리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리과학의 연구논문이, 랜덤 그래프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특정한 성질을 갖는 연결망을 제시하는 걸 그 목표로 삼는 게 드물지 않다. 사회과학자들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건, 연결망들이 서로 다른 연결망 성질을 가지며 이 차이가 연결망에서의 결과의 차이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연결망의 차이를 결과에 연관 짓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보기엔 이론 연구 대 기술적 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연결망을 전체로서보다는 개별 노드들(개인이건 회사건)에 대해 물리과학자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렇게 노드 수준 결과에 대한 관심은 전통 사회과학이론들이 주로 개인에 초점을 두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더 잘 확립된 사회과학이론들과 경쟁하기 위해 연결망연구자들은 연결망이론이 전통 사회과학의 초점이었던 같은 종류의 결과들을 더 잘 설명한다는 걸 보여야 했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누가 누구와 상호작용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게 응답자들에게 그들의 이웃들에 대해 묻는 것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설문데이터는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누가 누구와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오류가 없는 측정을 이를테면 누가 누구를 신뢰하는지의 대체물로 보지 않는다. 신뢰 연결은 (상호작용 연결과와는) 다른 결과를 주는 질적으로 다른 연결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사회과학자들은 객관적 측정이 가능할 때조차, 사람의 자기 세계에 대한 인지가 실제 세계에 대한 인지보다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는데 더 쓸모 있다고 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행위자들이 자신을 둘러싼 연결망을 정확히 인지하는 능력의 차이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변수이며 작업장 수행 같은 결과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물리과학과 사회과학은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의 연속, 단순성과 복잡성 사이의 연속을 따라 서로 다른 지점에 있다고 하는 게 가장 맞는 것 같다. 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서 물리과학의 연결망연구는 놀랄 만큼 단순하고 거칠게 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의심할 것도 없이 물리과학자의 관점에서 사회과학의 연결망연구는 작은 데이터를 이용하고 모든 맥락을 다 다르게 다룸으로써 세부사항과 특수성에 이상하게 빠져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서로 교훈을 배울 수 있는 많은 영역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