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손대고 있는 일이 많은데 최근에 마무리한 일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 논문의 제목을 따서 ‘연결망과 인식의 공진화’라고 부르자;;; 이걸 언제 시작했나 되짚어보니 2012년 10월 경이었다. 아무개 공부모임에서 같이 뭔가 일을 해보자는 얘기가 오고갔고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에서 가지쳐나온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는 두 명만의 공동연구로 발전했다.


1960년대 이루어진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여섯 단계 분리’ 실험을 먼저 단순화해서 얘기해보자. 실험팀은 미국 중부(?)의 한 도시에 가서 아무나 붙잡고 봉투를 주면서, 보스턴(미국 동부)의 어떤 주식거래자를 아느냐고 묻는다. 만일 안다면 그 봉투를 보내라고 하고, 모른다면 자기 주변 사람들 중 그 주식거래자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봉투를 우편으로 보내라고 한다. 이 봉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봉투가 주식거래자에게 도달한 경우 대체로 여섯 단계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봉투를 받은 사람들은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정보에 기반해서 행동했다는 것이다. 사회연결망에 속한 개인은 자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항상 올바른 정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결망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유명 연예인들이 사귀었다 헤어지는 얘기라든지…


이렇게 사회에 속한 개인 각각의 머리 속에 사회연결망에 대한 인식이 있고 그게 또 사람마다 다 다르며 끊임없이 변한다는 건 매우 당연한 얘기다. 그럼에도 이를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모형을 만들어 연구한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의 ‘연결망과 인식의 공진화’는 바로 이 주제를 연구한 것이다. 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접근한 첫 논문은 작년 9월에 완성하여 사회과학쪽 저널에 제출한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좀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 위주로 연구했고 며칠 전 완성하여 학제간 저널에 제출했다. 프리프린트는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Coevolution of a network and perception [arXiv:1409.1436]

Numerical study on the perception-based network formation model [arXiv:1510.01039]


연결망은 보통 이웃행렬로 표현된다. 연결망에 속한 개인이 연결망에 대해 인식한 것 역시 이웃행렬로 표현된다. 실제 연결망과 이에 대한 한 개인의 인식이 얼마나 비슷한지는 인식 정확도로 정량화할 수 있다. 매 시간 모든 개인의 정확도가 공개되고, 가장 정확도가 낮은 개인은 가장 정확도가 높은 개인으로부터 연결망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자신의 연결망에 대한 효용을 높이고자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이 둘 사이에는 링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링크를 만드는데 따르는 비용을 정확도가 가장 낮은 개인이 지불한다고 할 때, 이 개인은 효용이 비용보다 클 때에만 링크를 만들려고 한다. 만일 그렇게 링크가 만들어졌다면, 이 둘 사이에 링크가 없다고 인식했던 개인들의 정확도는 줄어들고, 이 둘 사이에 링크가 있다고 인식했던 개인들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이 과정이 매 시간 반복된다. 개인의 인식에 기반해서 연결망이 진화하고 그게 다시 개인들의 인식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므로 연결망과 인식이 ‘공진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뭐냐면… 글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 쓰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