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2차원 확률적인 방향성 있는 아벨리안 모래쌓기 모형
Seldon
2007. 11. 5. 12:33
점점 제목이 길어진다. 계속 이런 글만 올리다보면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가 될 것 같다. 글쓰기는 도박이다. 남들에게 읽혀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는 글의 생명을 건 투쟁이다. (이런 표현은;;;) 글의 운명은 곧 글쓴이로서의 운명에 직결되므로 키보드를 누르는 순간순간이 바로 긴장감의 연속이다...라고 해봐야 사실 제멋대로 쓰고 오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이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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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결정론적인 모래쌓기 모형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지 마구잡이 걷기로 환원되어 이해될 수 있었다. 그리고 사태의 모양이 어떠해지는가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태 안에 무너지기를 하지 않은 자리, 즉 구멍(hole)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거듭제곱 지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이었다. 2차원 확률적인 방향성 있는 아벨리안 모래쌓기 모형(2-dimensional stochastic directed abelian sandpile model, 줄여서 2-SDASM;;; 웬지 새디즘을 연상시킨..;;)에서도 사태의 모양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결정론적 모형과 다른 점은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무너지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너지기 한 번에 모래알은 2개씩만 아래층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위의 분홍색 모래알들처럼 모래알이 한쪽으로 쏠리고 이게 우연히도 여러 번 되풀이되면 한 자리에 수십개의 모래알이 쌓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그 자리가 안정적일 때까지 즉 모래알이 1개 이하로 남을 때까지 계속 무너지기를 해줘야 한다. 이렇게 여러 번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무너지기(multiple toppling)';;;라고 부른다. 결정론적 모형에서는 모래알이 쏠리지 않으므로 한 번 무너지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2-SDASM에서는 다르다.
컴퓨터 시늉내기로 얻은 결과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지수를 정확하게 풀어낸 연구들을 소개한다.
[1] M. Paczuski, K.E. Bassler, Phys. Rev. E 62, 5347 (2000); arXiv.org:cond-mat/ 0005340v2
[2] M. Kloster, S. Maslov, C. Tang, Phys. Rev. E 63, 026111 (2001)
두 그룹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얻었는데 여기서는 [2]번 논문을 따라간다. 모래알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태가 시작되면 모래알이 아래층으로 무너져내리면서 각 층에서 무너지기가 몇 번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t층의 무너지기 회수 N(t)라고 하자. 위층으로부터 짝수개(2k)의 모래알을 받은 자리는 k번 무너짐으로써 받은 모래알을 그대로 아래층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홀수개(2k + 1)를 받은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모래알이 없었으면 k번 무너지므로 아래층에는 2k개만 전달하고 만다. 그 자리에 모래알이 1개 있었다면 k + 1번 무너져서 아래층에 2k + 2개를 전달한다. 즉 모래알의 유량이 ±1만큼 변한다. 홀수개를 받는 자리를 활성화 자리(active site)라고 부르고 각 층의 활성화 자리의 개수를 N_a(t)라고 하자. 이로부터 모래알의 유량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식을 얻는다.
2 N(t) = 2 N(t - 1) + Σ_{n=1~N_a(t)} ξ_n
ξ_n은 +1 또는 -1로서 활성화 자리 각각에 의한 유량의 변화량을 나타낸다. 이 식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면,
dN(t) / dt = 1/2 sqrt[N_a(t)] η(t)
이며 여기서 η(t)는 평균이 0, 분산이 1인 가우스 노이즈(Gaussian noise)이다. N(t) ~ t^α, N_a(t) ~ t^(α_a)라고 가정하면 η(t)의 차원은 t^(-1/2)이므로 α = (α_a + 1) / 2임을 알 수 있다. 결정론적 모형에서처럼 여기서도 평균 유량(사태가 생기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기지 않은 경우를 모두 고려)은 일정하므로 사태의 지속시간 T가 t보다 클 확률을 Pr(T > t)라고 하면,
Pr(T > t) * N(t) ~ 상수, 즉 Pr(T > t) ~ t^(-α)
이고, Pr(T = t) ~ t^(-α - 1)이 되어 사태의 지속시간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는 τ_t = α + 1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태 크기의 분포는 Pr(S = s) ~ s^(-τ_s), τ_s = (2α + 1) / (α + 1)이므로 α_a만 알면 곧바로 답이 얻어진다.
결정론적 모형에서는 사태의 각 층에서 경계가 아닌 안쪽의 자리들은 모두 2개(짝수)씩 모래알을 받으므로 활성화 자리가 경계에서만 나타나며 t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α_a = 0이 된다. 이로부터 결정론적 모형의 결과와 일치하는 지수들을 얻을 수 있다.
확률적 모형에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은, 각 층 t에서 무너지기 회수는 N, 활성화 자리의 개수는 N_a, 무너지는 자리의 개수는 2 N_a라는 것이다. 무너지는 자리의 개수가 활성화 자리 개수의 두 배인 이유는 무너지는 자리가 활성화될 확률이 1/2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각 층 t에서 무너지는 자리에서 무너지기가 평균 몇 번 일어나는가를 계산할 수 있는데 그걸 n_topple(t)라고 하면 n_topple(t) ~ N / (2 N_a) ~ t^(α - α_a)이다.
확률적 모형에서는 사태 중간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사태의 경계에서는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사태의 가로폭이 매우 크다면 구멍에 의한 효과는 무시할 수 있고 결국 다시 마구잡이 걷기 결과를 이용할 수 있다. 활성화 자리의 개수는 무너지기 자리의 개수의 확률적 특성, 즉 t^(1/2)를 그대로 따른다고 볼 수 있으므로 N_a(t) ~ t^(1/2), 즉 α_a = 1/2이며 이로부터 τ_s = 10/7, τ_t = 7/4를 얻는다.
정리하면, 확률적 무너지기 규칙에 의해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무너지기가 가능해지고 이러한 특성이 결국 사태 크기 분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덧붙여 위의 참고문헌 [1]에서는 2-SDASM을 표면성장 모형에 관한 에드워즈-윌킨슨 방정식(Edwards-Wilkinson equation)으로 본뜨기하여 그 방정식의 결과를 이용한다. 이 점이 [1]번 논문과의 차이점이기는 한데 결국 하려는 말은 똑같다. 표면성장 모형과 모래쌓기 모형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매우 비슷하다는 것 역시 흥미롭기는 하다. 게다가 [2]번 논문은 마지막 부분에서 모래쌓기 모형을 흡수 상전이(absorbing phase transition)와 연관지으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이후에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