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가 "약한 연결의 힘"을 처음 제안한 게 1973년이죠. 그는 1983년에 <소셜로지컬 띠어리>라는 저널에 "The strength of weak ties: A network theory revisited"라는 제목의 논문(그런데 "In this chapter..."라는 표현을 쓰네요)을 냅니다. 어제오늘 이 논문을 읽었습니다. 서지사항은 Sociological Theory, Volume 1 (1983), 201-233.

SWT는 간단히 말해서, 가까운 친구들(강한 연결)보다 먼 지인들(약한 연결)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을 때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사회연결망이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가까운 친구들로 만들어진 모임(clique)들이 있고 이런 모임들이 서로 완전히 분절되어 있지 않고 모임 사이의 지인에 의한 약한 연결로 이어져 있는 그림입니다.

물론 모임 안에서도 약한 연결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래서 약한 연결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고 모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bridging weak tie)만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럼 강한 연결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 물론 아니죠. 중요합니다. 개인이 사회적 지지를 얻고 또한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강한 연결)이죠.

그라노베터는 1974년 책에서 최근 이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직장을 알게 되었는지 실증연구를 합니다. 27.8%가 약한 연결을 통해, 16.7%가 강한 연결을 통해, 55.6%가 중간 세기의 연결을 통한다고 하네요. 중간 세기 연결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입니다. 이는 오넬라 등의 PNAS 논문에서 얻은 결론과 같습니다.

사실 '약한 연결의 힘'이라고만 하면 약한 연결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약한 연결이 '의외로' 힘을 보여주더라.는 게 그라노베터의 주장이 아니었나 싶네요. 오해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또 여러 실증연구를 보면 강한 연결이 제일 중요한 경우도 있고요. 

랑글로이(Langlois)가 퀘벡 지방정부의 어떤 부서로 취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행정직으로 올 때 약한 연결이 강한 연결보다 우세하게 작용하지만(여전히 중간 세기가 최고 비중), 전문직, 사무직(officeworker)은 강한 연결이 더 우세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한 연결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전문직은 강한 연결이 훨씬 우세했고, 육체노동의 경우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 모두 크게 높지는 않았습니다.

이 내용에 이어지는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덜 교육받은 사람들이나 사회의 하위계층은 같은 계층 내의 강한 연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약한 연결이라고 해도 그 계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좀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약한 연결은 실제로 더 높은 계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행정직이나 전문직으로 취직할 때 약한 연결을 통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누군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자리로 가고 싶지 않을까요. 약한 연결이나마 끈이 있으면 가는 거고, 그런 끈도 없으면 그냥 주변의 강한 연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조금 다른 측면으로 설명하는 게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대안을 추구할 수 있고 그래서 약한 연결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이용하기 쉬운 강한 연결이 필요하고 또 그러다보니 약한 연결을 만들 가능성이 줄어든다네요.

여튼 이런 계층 차이, 여유 차이에 의해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 중 어떤 쪽을 선호하게 되는지에 영향을 주고 그게 직업을 구하는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깁니다.

서로 잘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하위그룹들이 어떻게 공통된 문화적 특성들을 가질 수 있는지도 그룹 사이의 약한 연결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뭐 일단 연결만 되면 어떻게든 정보는 전달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서 당연하게 보입니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가 이용되었냐를 밝혀내야겠죠. 이를테면 이 동네 고딩이 저 동네 고딩이랑 친척이고 종종 가족끼리 만날 때 두 고딩이 만나서 각자의 학교에서 얻은 정보를 교환하는 게 대중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꽤나 균질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조직에 '약한 연결의 힘'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느냐에 관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뉴욕의 아동치료병원에 약 2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사적인 강한 연결이 형성되는 걸 의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약한 연결이 우세해졌고 그 결과 200명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연결망이 형성될 수 있었다네요.

사실 훨씬 많은 내용이 있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능력은 안되고, 눈에 띄는 것만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SWT가 그래서 '증명'되었냐 하면 아니라고 그라노베터는 말합니다. 더 중요한 건 "강한 연결/국소적 모임을 통한 지지와 의존, 약한 연결/전체적 구조를 통한 정보의 확산"처럼 각 연결의 역할이 있고 또 이들이 상호보완한다는 사실이겠죠.

다른 물리학자들에 의한 한 번 걸러진 내용만으로 생각하다가 직접 사회학자의 논문을 보니 뭔가 갑자기 환해진 느낌입니다. 물론 그 밝기는 시간이 흐르면 지수적으로 줄어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