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11/26


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로널드 코즈의 이름을 딴 코즈 정리(Coase Theorem)를 최근에 찾아보았다. 1960년 법경제학저널(Journal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린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The Problem of Social Cost)>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앞부분만 보다 말았다. 그보다도 지금 한나라당 의원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쓴 <법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코즈 정리에 대한 부분을 공부했다.

 

올 봄에 코즈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법경제학에 관한 한글로 된 서적이 있나 찾아보았고 이 책과 로버트 쿠터의 책을 번역한 것을 발견했다. 둘 다 두꺼운 전공서적이고 다 볼 것도 아니라서 사기는 그렇고 하여 학교도서관에 주문을 해서 최근에야 들어왔다. 두 책 모두에서 코즈 정리에 관한 부분만 읽어보았는데 쿠터의 책은 설명이 쉽지만 좀더 자세하게 설명한 박세일의 책이 더 나은 것 같다.

 

대충 정리를 해보자. 환경이 좋은 어떤 지역에 주민들이 사는데 그 바로 옆에 매연이 나오는 공장이 들어섰다고 하자. 공장의 매연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공장의 매연은 그전까지 주민들의 생활에서는 없었던 것으로 외부효과다. 그런데 '좋은 환경'에 대한 재산권을 정해놓는다면 그 권리에 관한 거래관계가 성립할 수 있고 외부효과는 내부화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기존의 피구(A. C. Pigou)류의 후생경제학적 방식은 시장메커니즘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개입하여 공장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즈는 '외부효과의 상호성(reciprocal nature of externality)'을 말한다. 상호적이라는 것은 주민과 공장은 서로에게 대칭적이라는 말이다. 공장에 의해 주민이 일방적인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민에 의해 공장도 자신들의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관점이다. 그러므로 공장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어느쪽이 더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지 보아야 한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을 보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당연히 주민이 먼저 살고 있었고, 게다가 공장은 환경을 오염시키기까지 하는데 무슨 '상호성'을 운운하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나는 특정한 가치를 갖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데 잠시 그 가치를 잊는다면 일단 상호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공장이 매연을 방출하여 이로 인해 주민들이 100만원의 피해를 받고, 매연방출을 방지하는 시설이 70만원이라고 하자. 전체적으로 보면 방지시설을 갖추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법제도가 주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누릴 권리인 환경권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공장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는 권리인 공해권을 인정할 것인지를 보자.

 

환경권을 인정하고 공해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공장은 매연배출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100만원의 피해액을 보상하던가 70만원을 들여 방지시설을 갖추든가 해야 하며, 당연히 방지시설을 갖추는 것이 30만원을 버는 것이 될 것이다. 반대로 환경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해권을 인정한다면 주민들은 100만원의 피해를 감수하든가 70만원을 들여 공장에 방지시설을 갖추게 해주든가 해야 하며, 당연히 방지시설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 역시 30만원을 버는 것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지시설을 갖추게 되며(효율성 확보) 다만 차이가 있다면 법제도가 어떤 권리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누가 그 방지시설 설치비용을 내는가가 바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장과 주민들이 만나서 갈등을 표출하고 협상하고 그것을 이행하는데 따르는 부수적인 비용들, 즉 거래비용을 무시했다. 다시 말해 마찰이 없는 이상적인 경우를 논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거래비용은 0보다 큰 값을 가지며 이를 고려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자. 이를테면 주민들이 공장측과 협상을 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거래비용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자.

 

환경권이 인정되는 경우 주민들이 협상을 요구할 필요도 없이 공장은 방지시설을 달 것이다. 하지만 공해권이 인정되는 경우 주민들은 100만원의 피해를 감수하든가 40만원의 협상비용과 70만원의 방지시설 설치비용을 내고 방지시설을 갖추게 하든가 해야 한다. 후자는 모두 110만원이 들므로 주민들은 차라리 100만원의 피해를 감수하려고 할 것이다.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환경권이 인정될 때 총비용이 70만원인데 반해 공해권이 인정될 때 총비용은 100만원이 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법제도는 환경권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0보다 큰 거래비용에 의해 결과(어떤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의 대칭성이 깨졌다. 또한 거래비용이 적절히 낮으면 거래가 성사되지만 거래비용이 너무 크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면 좀더 일반적으로 효율성을 고려한 법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코즈는 거래비용이 0인 경우에 누가 그 권리를 사려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이를 사려고 하는 당사자에게 권리를 준다는 원칙을 주장한다. 위의 예에서 주민들이 환경권을 사고자 한다면 100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 100만원보다 비싸다면 그냥 피해를 감수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이 공해권을 사고자 한다면 70만원 이상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주민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권리를 사고자 하므로 그들에게 환경권을 주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한 코즈는 "법원 혹은 입법부는 자신들의 결정이 경제에 미칠 효과를 충분히 사전에 인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법경제학'이다.

 

앞의 상호성에 관한 문제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는데 나중에 더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동역학적 게임 이론으로 사회현상을 모형화하여 관련 변수를 조절함으로써 동역학의 변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참고: <법경제학>, 박세일, 제1편 제2장 제2절 코스(Coase)의 사회적 비용에 관한 연구. 책에는 '코스'라고 나왔는데 웬지 '코즈'라고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