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간히 비평형 열역학에 관한 논문들을 조금씩 보고 있다. Evans와 Searles의 Advances in Physics에 실린 "The Fluctuation Theorem"이라는 논문(2002)은 수식의 포맷이 이상하여 보다 말았고, 수식 전개가 비교적 깔끔한 Ritort의 논문(2007)에서 요동이론(Fluctuation Theorem; FT)을 유도하는 부분을 보았다. 아직 이해가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정리해보겠다.

상태공간은 어떤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상태로 정의된다. 상태공간 상의 한 점, 즉 한 상태(초기 조건) C_0에 놓여 있는 시스템을 외부로부터 자극하여 변화시켜서 C_M 상태에 다다른다고 하고 이 경로를 Γ라고 하자. 즉 Γ = C_0 → C_1 → C_2 → ... → C_M 이다. 이 경로가 나타날 확률은 각 단계 사이의 전이확률 W(C_k → C_(k+1))을 계속 곱한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P_F(Γ)라고 하자(F는 forward를 뜻한다). 또한 C_M 상태에 있던 시스템에 다른 자극을 가하여 같은 경로를 거꾸로 따라가서 C_0에 다다르게 할 수 있다. 이 때의 경로를 Γ*라고 하고 그 확률을 P_R(Γ*)라고 하자(R은 reverse를 뜻한다).

어떤 경로를 따라가는 동안 엔트로피가 S 증가했다면, 그 경로를 거꾸로 따라가는 동안 엔트로피는 -S 증가(즉 S만큼 감소)할 것이다. 가능한 모든 경로를 따라가는 동안 엔트로피가 S만큼 증가할 확률을 P_F(S)라고 하고, 역시 가능한 모든 경로를 거꾸로 따라가는 동안 엔트로피가 S만큼 감소할 확률을 P_R(-S)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P_F(S) / P_R(-S) = exp(S)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S가 각 C_k에 대한 평형 상태들로 적절히 정의되는데, 이 평형 상태들은 앞의 전이확률들과 함께 세부균형(detailed balance)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정방향의 모든 경로'와 '역방향의 모든 경로'를 고려했다. 다만 각 경로를 정방향으로 따라갈 확률과 역방향으로 따라갈 확률이 다르므로 위 식과 같이 경로를 따라가는 방향에 대한 대칭이 깨진다. 그런데 '모든 경로'라고 하면 이미 정방향과 역방향을 모두 포함한 것 같고, 만일 그렇다면 위 결론에서 첨자 R과 F를 떼어버려도 문제 없을 듯 하다.

그리고 두 확률이 같아지는 경우는 S = 0 인 특수한 경우이며 이때 상태변화는 가역적이다. 엔트로피는 시스템의 크기에 비례하므로 거시적인 규모의 시스템인 경우 S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으므로 엔트로피가 줄어들 확률, 즉 P_R(-S) 값이 0에 가까워진다. 이것이 기존의 엔트로피 증가법칙, 즉 열역학 제2법칙을 대체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 결론에 대한 가장 단순한 해석을 하나 제시해보겠다. 기다란 직육면체 상자에 N개의 이상기체 분자가 들어 있다고 하자. 각 분자가 상자의 왼쪽에 있을 확률과 오른쪽에 있을 확률이 모두 1/2라고 하자. 가능한 모든 상태의 수는 2^N이며, 모든 분자가 상자의 왼쪽에 모여 있을 경우의 수는 1이다. 이런 경우를 A라고 하자. 반면에 N/2개는 왼쪽, N/2개는 오른쪽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경우의 수는 N개 중 N/2개를 순서 없이 선택하는 경우의 수, 즉 N! / ((N/2)!)^2이다. 이런 경우를 B라고 하자. N이 매우 크면 이 값은 2^N에 가까워진다. A 상태에 있다가 B 상태가 되는 경우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B에서 A로 갈 때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엔트로피는 어떤 거시 상태에 해당하는 미시 상태의 수로 정의된다.) N이 매우 커지면,

P(A → B) / P(B → A) = P(B) / P(A) = 2^N

이다. 위 식에서 등호는 '유사하다'는 기호 대신 썼다. 즉 FT의 결론처럼 우변은 시스템 크기에 지수함수적으로 비례하여 커진다. 여기서도 어떤 시스템의 가역성/비가역성은 시스템의 크기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Evans와 Searles의 논문에서는 이러한 비대칭성의 근원을 인과율(causality)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 부분을 대충 봤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앞에서 썼듯이 FT는 엔트로피 증가법칙을 엔트로피 증가'경향'으로 바꾸어놓았으며, 볼츠만이 H-정리를 이용하여 증명하려 했던 엔트로피 증가법칙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볼츠만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던 로슈미트의 주장이 정당하며, 그럼에도 거시적인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가 거의 확실히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미시적인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도 있으며, 최근의 실험 결과들이 엔트로피 감소를 확증해주고 있다.

FT의 S를 적절히 정의해주면 곧바로 자진스키 등식(Jarzynski equality; JE)과 크룩스 요동이론(Crooks FT)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여러 다양한 상황에 관한 FT를 구할 수 있고, 최근에는 FT를 양자역학적으로 정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JE는 시스템이 하나의 평형상태에 있을 때 이 시스템을 외부에서 조절하여 새로운 평형상태에 도달하게 한 후, 그동안 가해준 일을 W라고 하고 두 평형상태의 자유에너지의 차이를 ΔF라고 하면, <exp(-βW)>=exp(-βΔF) 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β는 절대온도의 역수이며 <A>는 A에 대한 앙상블 평균이다. (실제로는 똑같은 실험을 무수히 반복한 후 각 실험에서 W를 측정하여 평균을 낸다.) JE는 부등식 형태의 열역학 제2법칙(ΔS≥0)을 등식으로 바꾸었으며(물론 JE로부터 ΔS≥0가 쉽게 유도될 수 있다) 또한 W가 ΔF보다 작을 가능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하여간 이래저래 중요한 함의가 있는 연구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자진스키는 올 여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통계물리학회에 초청연사로 오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예전에 네이버에 써놓은 글도 참고하시라. 이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