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트위터에서 본 어떤 글에 대한 반론인데요, 원글을 몰라도 이 글을 읽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또한 제가 계속 해오던 고민의 연장선이기도 하고요.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사회현상을 수학이나 통계, 컴퓨터 실험/시늉내기를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굳이 '물리'라는 말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겠죠. 물론 가장 큰 틀에서는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다 '과학/학문'이고, 이를 세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생긴 어쩌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저는 '물리'라는 말을 넣는 게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리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개념과 수학적 도구를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적용한다면 '사회물리학'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물리학의 '수학적 도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물리'라는 말을 넣는 것이 부당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 수학은 전부가 아닙니다.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에 관한 오래된(?) 논쟁이 떠오르네요. 수학 없이 과학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도구/기법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사회물리학'이라는 이름은 수학적 도구/형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개념'의 사회현상에 대한 적용가능성에 의해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전이/임계현상/보편성 등의 '개념'들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적절하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적용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수학적 보편성'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리적 개념이 쓸모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만 '사회물리학'이라는 이름이 정당합니다. 물리학의 고유한 개념/방법론이 적용되는 영역에 한해서만 정당하며 그걸 넘어서는 영역까지 '물리'라는 이름을 붙이려 하면 안되겠죠. 물론 어디까지가 순수(?)수학이고 어디서부터 순수(?)물리학이냐 또 어디서부터 순수(?)전산학이냐 하는 경계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한 '사회물리학'이라는 말은 20세기 이후, 특히 최근 2-30년 동안 이루어진 주로 통계물리학의 사회적 적용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역시 여러번 말했듯이 사회물리학이라는 말은 19세기 사회학자들에 의해 처음 붙여진 말입니다. 김우재님의 글을 참고하시고요. 제가 느끼기에 당시 '물리학'이라는 말은 어떤 현상에 관한 일반법칙을 찾기 위해 엄밀한 방법론을 이용하는 학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회물리학'이라는 말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겠죠.

다 쓰고나니 뭐 그리 중요한 문제로 보이지 않네요;;; 목표는 하나고 방법론이 다를 수 있고 굳이 그 방법론을 세분해서 이름붙이려 한다면 이런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결국 연구대상에 따른 분류를 하자면 '사회과학'에 포괄되는 겁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사회물리학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일까, 아니면 좀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