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얘기인데 제목은 그냥 끄적이고, 공부 카테고리는 존댓말을 썼는데 걍 귀찮아서 반말로 쓰련다;;; 지난 금요일 오후 2시에는 매주 하는 랩세미나에서 내가 발표를 했다. 최근 경제학과 대학원생과 공동연구하여 쓴 짧은 논문이 있는데 그걸 발표했다. 그냥 이런 걸 했다가 아니라 왜 이런 게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주장하기 위해 좀더 큰 그림에서 시작하고자 그런 내용을 준비했는데, 준비가 부족하여 들어온 질문들에 만족스럽게 답할 수 없었다. 발표가 끝나고나서 다른 포닥이 내 연구동기에 대해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다시 물어봤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나도 더 정리할 수 있었다. 기본틀은 늘 하던 얘기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거칠지만 대충이나마 풀어보겠다.

우리가 다루는 건 인간사회현상이다. 우리는 현상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럼 '이해'란 무엇일까? 또는 어느 수준까지 이해해야 만족할 수 있는가? 일단 인간행동을 "제약 조건 하에서 선택"이라고 할 때 어떤 제약 조건이 그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하며, 가능한 선택의 범위는 어떠하며, 그중에서도 왜 그 인간은 그 선택을 했는가하는 '동기'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그 인간의 인지과정을 파악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의식의 물리적 실체인 뇌의 작동과정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다루는 현상 중에 인간동역학이 있는데 핸드폰 통화나 이메일 통신의 사건 사이 시간의 분포가 두꺼운 꼬리를 갖는다는 게 알려져 있다. 그건 현상이다. 바라바시의 경우 우선권 일 모형으로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일 목록이 있고 각 일에는 행위자가 부여한 우선순위가 매겨지며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처리한다. 이를 통해 두꺼운 꼬리 분포를 설명한다. 그럴듯한 가정이긴 하다. 하지만 "왜 행위자는 높은 우선순위의 일을 먼저 처리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한 이 모형은 매번 최소한 2개 이상의 일을 비교해야 한다는 가정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핸드폰 통화의 경우 거듭제곱 지수가 0.7이 나오는데, 바라바시 모형과 그걸 변형한 모형들로는 1보다 작은 거듭제곱 지수를 설명할 수 없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인간현상에 관해 물리학자들이 만든 모형은 간단하고 나름 설명력이 있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이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모형이 복잡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여전히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고 설명력 있는 모형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합리적 행위자를 가정하고 '비용-편익 틀'과 '위험에 대한 태도' 등을 도입하여 기존의 현상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고 모형을 만들어 이해하고자 한다. 사실 요즘뿐 아니라 계속 그래왔다. 개중 물리학자들이 하는 인간사회현상 연구를 보면 늘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 '왜'라는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이 한다고 해서 늘 명쾌한 답이 얻어질 것 같지도 않다. 애초에 인간사회현상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명쾌한 대답을 물리학자들에게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것도 잘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