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가만 생각해보니, 아직 나는 데이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 뭔가 서툴고 여전히 낯설다. 데이터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도 안되고 또 너무 뻔한 것만 봐서도 안된다. 데이터의 한계를 바로 알고 그것의 장점을 최대 한도로 뽑아낼 수 있는 그런 안목이 필요한데, 어떻게 그런 안목을 키울 수 있을까? 


일단 데이터를 이렇게 저렇게 많이 만져보고 다뤄보고 엎어치고 메쳐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더 많은 시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당장 그럴 듯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 것. 데이터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 내 탓이다.


사실 모형연구할 때도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모형을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이 양도 재보고 다른 양도 재보고... 수없이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모형과 데이터는 다르다. 데이터는 외부 세계로부터 왔고 그걸 이해하는 과정은 곧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며 그런 뜻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겐 데이터가 더 어렵다. 그래서 내 안의 간사한 마음은 데이터로 고민하느니 모형 연구나 더 하자고 속삭이기도 하는데, 어렵다고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데이터를 맘껏 만져볼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앞에 말한대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