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관련 주제를 공부하다가 읽은 논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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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tander "Apathy" by Bibb Latane and John M. Darley

American Scientist 57, 244-268 (1969) [pdf]



비상 상태의 특성


1) 위협이나 위해와 연관되며 그 상황이 잘 해결된다고 해도 더 좋아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개인들은 잠재적인 비상 사태를 무시하려는 경향을 띤다.

2) 드물게 일어난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 개인들은 훈련되지도 연습되지도 않았다.

3) 비상 사태마다 다른 종류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고 다른 종류의 조치를 필요로 한다.

4) 비상 사태는 예고되지 않는다. 갑자기 경고 없이 일어난다. 

5) 즉각적인 조치를 필요로 한다. 재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위해가 현실화되고 더 커질 수도 있다. 


개입과정의 모형


비상 사태에 직면한 개인들은 일련의 결정 과정을 거쳐 행동한다. 

1)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지한다.

2) 사건을 해석한다. 

3) 자신이 행동할 책임이 있는지 판단한다.

4) 어떤 형태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5) 그 선택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서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다. 그리고 비상 사태의 특성상 행동을 하기보다 상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고 괜한 행동을 하여 바보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상황을 무시하면 자존심 외에 잃는 것은 없다. 


구경꾼 개입의 사회적 결정 I


대부분의 비상 사태는 최소한 모호하게 시작된다. 어떤 상황을 비상 사태로 인식하고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구경꾼들의 영향이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서로 눈치만 보다보면 아무도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구경꾼은 혼자 있을 때보다 상황을 덜 심각하게 판단할 것이다. 이를 “다들 무시”(pluralistic ignorance, 다원적 무지나 다수의 무지로 번역된다)라고 한다. 


실험 1. 연기가 있는 곳에 (때때로) 화재가 있다.


방에 피험자가 혼자 있거나, 한 명의 피험자와 두 명의 소극적인 실험공모자와 있거나, 세 명의 피험자가 있는 상황에서 벽의 구멍을 통해 연기를 넣고 반응을 보는 것이다. 우선 피험자들은 대학생들로서 ‘도시 대학에서 삶에 관련된 문제들’에 관해 인터뷰를 하기 위해 초대되며, 이 실험의 진짜 의도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들은 방에 들어가서 몇 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도록 요구받는다. 이들이 2쪽을 완성하면 그때 연기를 넣기 시작하고, 6분 동안의 반응을 관찰하는데 6분 동안 피험자들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실험은 끝난다.


혼자 있는 경우, 보통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연기가 나오는 구멍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연기에 대해 보고한다. 이런 사람의 비율이 약 75%다. 소극적인 실험공모자와 있는 경우는 이 비율이 10%로 크게 줄어든다. 


세 명의 피험자가 있는 경우 가장 먼저 보고를 한 사람이 보고하는 속도를 주요 변수로 본다. 각 피험자가 보고할 확률을 75%라고 하면 세 명 중 최소한 한 명이 보고할 확률은 계산에 의해 98%(=1-(1-0.75)^3)다. 그런데 8그룹(24명) 중 38%(즉 3명)만이 보고를 했으며, 그 중 한 명만 4분 이내에, 나머지 2명은 6분 이내에 보고했다. 


피험자들은 실험 후에 실험의 의도에 대해 얘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도록 되어 있다. 보고를 한 피험자들은 대개 앞뒤가 맞게 그 상황을 설명하지만 보고를 하지 않은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에도 주변 사람에 의한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에 의한 책임의 분산 효과 가설은 설득력을 가진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있을수록 두려움이 줄어들어 상황을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개개인들은 위험 상황에서 용감하고 침착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피할 수도 있다. 


실험 2. 고통 받는 여인


실험 1에서는 피험자가 보고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번에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직접 해가 되지 않는 실험을 준비한다. 또한 피험자들이 서로 아는 경우를 포함시켰다. 


대학생들은 시장연구기관에서 수행하는 게임조사에 참여하도록 초청받아서 온다. 또한 주변의 아는 친구와 함께 오기를 요구받는다. 이들이 도착하면 매력적인 젊은 여자가 이들을 방으로 안내하고 이들에게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한다. 그리고 커튼으로 나뉘어 있는 옆방으로 가서 설문지 작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척 하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서류를 꺼내려다가 넘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낮은 비명을 지르고 고통을 받는 듯한 소리를 낸다. 이는 실제로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사고가 나고 1분 가량 신음소리를 내다가 그 후로는 수습을 하는 것처럼 들리고 130초가 지나면 사건은 종결된다.


26명의 피험자에 대해서는 혼자인 경우(가; alone), 14명의 피험자에 대해서는 실험공모자와 있는 경우(나; stooge), 20쌍의 서로 모르는 피험자들이 있는 경우(다; strange), 20쌍의 친구들이 있는 경우(라; friends)가 실험되었으며 모두 61%가 사건에 개입했고 14%가 문을 통해 나와서 도와주려고 했으며 24%는 도움이 필요하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가) vs. (나): (가)의 70%가 사건이 끝나기 전에 도움을 주려 했다. (나)의 7%만이 사건에 개입했다. 

(가) vs. (다): 혼자인 경우 70%라면 두 명인 경우는 91%가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20쌍(40명) 중 40%(즉 8명)만이 사건에 개입했다. 여기서도 사회적 억제 효과가 관찰된다. 

(다) vs. (나): (나)의 피험자가 둘 있을 경우 최소한 한 피험자가 개입할 확률은 13%(=1-(1-0.07)^2)이다. 이 결과는 (다)의 40%보다 아주 낮은 값이다.

(가) vs. (라): (라)의 경우 70%가 개입했으며 이는 겉보기에 (가)의 결과값과 같다. (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91%(=1-(1-0.7)^2)인데 이보다 낮은 값이 나오므로 친구는 서로 개입하는 것을 억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입하는데도 느렸다. 

(라) vs. (다): 앞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보다 더 빨리 개입했다. (다)의 경우 피험자들의 반응 시간의 중간값은 130초보다 크지만 (라)의 경우 36초였다.


개입하지 않은 피험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신하지 못했거나 문제가 아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다른 사람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험 1에서처럼 이들은 옆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하지 않으려 하거나 할 수 없었다. 


낯선 사람에 비해 친구에 의한 사회적 억제가 덜 일어나는 것은 친구와 있을 때 덜 당황하고 상대방이 행동하지 않는 것을 오해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실험 3. 도난당한 맥주의 경우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개입을 덜 하는 것은 일반적인가?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있어서 용기를 얻어 더 개입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1968년 봄 동안 뉴욕 누-웨이(Nu-Way) 음료센터에서 96번의 도둑질이 시험되었다. 도둑(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가장 비싼 맥주가 뭐냐고 점원에게 물으면 실험공모자인 점원은 Lowenbrau라고 대답한 후 찾아보겠다며 자리를 뜬다. 1분 정도 기다린 후에 도둑(들)은 아무 맥주나 한 박스를 들고 도망친다. 도둑이 하나인 경우와 둘인 경우는 각각 46번씩 이루어졌다. 이 실험은 가게에 다른 손님이 하나 또는 둘 있을 때 이루어졌는데 각각 46번 이루어졌다. 점원이 다시 카운터로 와서 다른 손님들에게 아까 기다리던 손님들이 어디로 갔는지 묻고 이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것이다. 


피험자들 중 20%가 자발적으로 점원에게 도둑질을 보고했고, 나머지의 51%는 부추겨진 후에 보고했다. 도둑이 하나였는지 둘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피험자(다른 손님들)의 성별도 중요하지 않았다.


피험자가 혼자 있는 경우 즉 48명 중 31명(65%)이 보고했다. 이로부터 피험자가 두 명 있는 경우 87%가 보고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 56%만이 보고했다. 여기서도 사회적 억제가 강하게 나타난다.  


구경꾼 개입의 사회적 결정 II


구경꾼이 혼자 있는 경우 그는 도움의 책임을 전부 떠맡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있다면 책임의 부담이 분산되고 잠재적인 비난도 역시 분산된다. 다른 사람이 있지만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각 구경꾼은 다른 누군가가 이미 행동을 취하고 있을 거라고 가정하기 쉽다. 이러한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구경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실험 4. 몹시 화가 난 상황


뉴욕대의 기초심리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수업과 관련한 실험에 참석하기를 요구받는다. 피험자는 다른 참가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진 개인용 방에 들어간다. 실제로 다른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녹음된 것이다. 한 명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다른 학생들도 그에 대해 얘기를 한 후 마지막으로 피험자가 말할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다시 어려움을 호소한 학생이 말할 차례가 되는데 그는 매우 흥분하여 말을 더듬으며 발작을 일으킨다. 


다른 참가자의 수와 참가자의 특성에 따른 피험자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참가자가 3명인 경우는 피험자와 발작을 일으킨 사람과 나머지 한 명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한 명이 여성인 경우, 남성인 경우, 응급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남자인 경우 각각에 대해 실험이 이루어진다. 참가자의 특성에 따른 차이, 피험자의 성별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3명 실험의 경우 피험자의 친구와 함께 참가하는 경우, 6명 실험인데 피험자가 발작을 일으킬 사람과 우연히(실제로는 계획적으로) 안면을 튼 후에 참가하는 경우가 실험된다. 발작 이후 6분 안에 피험자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실험은 끝난다.


반응한 피험자의 95%가 3분 이내에 반응했는데 이는 실험 시간을 늘려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시사한다. 발작을 혼자 알고 있다고 생각한 피험자의 85%가 이를 보고했는데 4명의 다른 구경꾼이 있다고 생각한 피험자의 31%만이 발작을 보고했다. 2인 실험의 모든 피험자가, 6인 실험의 62%가 보고했다. 


3인 실험에서 두 피험자가 친구인 경우, 발작이 일어난 후에 서로 의사소통할 수 없었음에도 다른 3인 그룹보다 매우 빨리 반응했다. 이는 2인 실험의 반응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로부터 친구 사이에는 책임이 분산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발작을 일으킬 사람과의 안면도 중요하게 나타났다. 안면이 있던 피험자는 6인 실험의 다른 피험자들보다 훨씬 빨리 보고했는데 실제로 위급 상황을 마음에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더 잘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발작을 일으킨 사람을 돕지 못한 피험자들은 냉담하거나 무관심하지 않았고 그들은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도와주지 않을 경우 죄책감을 가질 수 있고, 도울 경우에도 지나친 행동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실험을 망칠 가능성도 있는 회피-회피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앞의 실험들과 마찬가지로 도와주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구경꾼 개입의 사회적 결정 III


다른 사람의 존재는 각 구경꾼이 상황이 위급한지를 결정(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그것이 위급한 상황이라고 인식한 후에도 구체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영향”과 “책임의 분산”은 모두 중요하다. 실험 2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경우와 실험동조자와 있는 경우의 차이를 책임의 분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두 경우 모두 책임은 똑같이 분산되지만 결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실험 1의 경우 정체불명의 연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책임은 분산되지 않는다. 그리고 실험 4에서 피험자들은 서로 의사소통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 영향만으로 실험 4의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영향으로 상황을 위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면 책임의 분산은 불필요하다. 실험 1과 2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던 피험자들은 상황을 위급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행동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다. 반면에 실험 4에서 피험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었고 행동 여부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사회적 억제 효과는 위급 상황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구경꾼의 특성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험공모자의 경우 억제 효과가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낯선 사람, 마지막으로 친구였다. 또한 개입의 여러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 의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위의 실험들은 구경꾼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품게 한다. 도움을 주느냐 여부는 구경꾼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보다 구경꾼 사이의 관계에 의해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시골보다 도시에서 개입의 실패가 더 잘 나타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