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썼다. 공저자들은 핀란드에 있을 때 함께 연구했던 사람들이다. 더 정확하게는 monograph라고 하는데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단행본 형태의 논문’이라고 나온다. 비슷한 형태의 출판물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 박사논문을 책으로 펴낸 것이 생각난다. 짧은 논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책은 아닌,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넓은 의미로 ‘책’이라고 하겠다. 분량도 120여 쪽이라서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다.


책의 제목은 “Bursty Human Dynamics(폭발적 인간동역학)”이다. 2005년 바라바시가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인간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모형화하면서 burst(폭발성)라는 말을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저 논문이 벌써 12년 전이고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후속연구가 이어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동역학의 폭발적인 특징에 관한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게 바로 우리 책이다.


이 분야의 논문이 이미 수백편은 되기 때문에 전체를 다 다루는 건 힘이 들어서 중요한 개념과 발견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이 있는데, 각각 “측정과 특징”, “경험적 결과”, “모형과 메커니즘”, “폭발적 시스템 위의 동역학적 과정들”을 다룬다. 초안은 분량을 나눠서 썼지만, 이후 공동으로 검토하면서 크게 수정 및 추가를 했기 때문에 누가 어디를 전담해서 썼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떻게 이걸 쓰기 시작했는지 보려고 공저자 및 출판사와 주고받은 메일을 살펴봤다. 2014년 가을에 처음 얘기가 나왔고 2015년 여름에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다들 바쁘기도 하고 또 각자 한국, 프랑스, 핀란드에 떨어져 있다보니 주로 스카잎이나 행아웃으로 얘기를 했다. 이러저러해서 올해 여름에야 완성한 초안을 출판사에 보냈고 얼마 전에 전자책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종이책은 내년 1월 초에 나오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한 분야에 대한 리뷰를 쓰는 건 내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쓰자고 처음 제안을 해준 킴모 카스키 교수와 늘 열정적으로 일하는 마르톤 카르사이 교수가 없었더라면 이런 일을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