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수요일 오후 4시에 포스터 세션이 따로 있는데 오늘 오전 세션이 끝날 때 포스터 발표대를 준비해놓았으니 오늘부터 시작하라는 공지가 나왔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PT in CHN' 포스터를 붙여놓았고 오후 세션이 하나 끝나고 커피 브레이크 시간이 되어 혹시 설명을 할 일이 있을까봐 슬슬 눈치를 보며 내 포스터 옆에 서 있었다. 사실 영어로 설명할 준비를 하지 않아서 버벅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상 좋으신 그라스베르거 교수가 설명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분도 통계역학에서 오랫동안 많은 연구를 해오신 분이라 더 긴장이 되어 버벅버벅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대충 설명해도 OK, OK 하시며 바로 결론을 물어보신다. 그래서 결론을 말했더니 또 OK하며 가버리신다;;; 대충 그림만 봐도 뭔 얘기를 하려는지 다 이해하시나보다. 사실 알고나면 별 내용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아주 당연한 얘기는 아니며,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땀이 흐른다.

땀을 닦고 열을 식힐겸 사과 하나를 집어들고 내 포스터 옆에서 마치 내 포스터가 아닌 것처럼 서서 사과를 먹고 있는데 슈나잇 모형의 그 슈나잇-베론 교수가 내 포스터를 구경하고 있었다. (오전에 내가 반갑다고 인사를 하기는 했다. 홈페이지 사진을 봐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 인상이 좋으시다.) 어짜피 스쿨 끝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다른 포스터를 구경하러 돌아다니는데(그래봐야 다 합쳐서 20개쯤 되려나) 어느새 다음 세션이 시작할 시간이다.

실은 지금 M. Marsili 교수의 강연을 듣는 (척 하며 블로깅하는) 중이다. 연결망 진화모형에 관한 모형을 푸는 중인데 모형 설명을 지나쳤더니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수식과 설명이 가득한 슬라이드 위를 녹색 레이저 포인터가 휘젓고 다닌다...

한 이틀 푹 잤더니 입안의 혓바늘도 거의 낫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딱딱한 빵과 과일들도 먹을 수 있었다. 아,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 그런데 어느 집?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