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체는 시칠리섬 산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신의 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그 작은 마을에 성당이 10개가 넘는다. 또 아래 사진 올렸듯이 풍경이 멋져서 날마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다. 스쿨이 진행되는 성당 안에 들어왔다가 뭔 일인가 하며 들렀다 가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에또레 마요라나(Ettore Majorana) 과학문화센터는 이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스쿨, 학회 등이 끊이지 않고 열리는 것 같았다. 마요라나는 엔리코 페르미의 제자라고 한다. 일단 경치가 좋아서 여기 와서 공부가 될까하는 의문이 먼저 들지만, 또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학회 등록비로 600유로를 냈는데 여기에는 숙박, 식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호텔은 배정해줬는데 나는 비교적 후진 별 2개짜리(그래봐야 우리나라 모텔보다 못하다) E 아무개 호텔에 묵었다. 아침은 이 호텔에서 간단히 먹고, 점심과 저녁은 식당 목록이 정해져 있어서 아무데나 가서 원하는 메뉴를 시켜먹을 수 있다. 다들 이 시스템에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여러 식당 중에서도 단연 비너스라는 식당이 적어도 자주 같이 다녔던 사람들에게는 최고로 꼽혔는데, 커다란 통유리 너머 그 아래 트라파니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고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마지막날 점심시간에 스쿨이 끝났고 다들 흩어져 구경을 다니다가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는데 자주 보던 멤버들이 저녁 식사를 하러 비너스에 모여들어 결국 한 테이블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다른 관광수입도 있겠지만 에또레 마요라나 센터와의 공생관계도 이 동네사람들 수익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만난 다른 한국학생과 한국의 경치좋은 곳에서 우리도 이런 장사나 해볼까 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다들 바닷가를 구경하고 왔는데 나는 가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시칠리섬 근처의 바다는 맑고 투명했다. 공기도 좋아서 밤에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은하수는 안보이더라. 내 눈이 나빠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관광객만 없으면 정말 조용하다. 길이 다 좁은데 장난감 같은 소형차들이 많고 쓰레기차 등 공무용 차량들도 다들 작았다. 그렇지 않고는 그 좁은 도로를 다닐 수 없을테니.

산꼭대기 에리체로부터 산 아래 트라파니(그쪽 행정구역 이름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로 직접 내려가는 케이블카도 있다. 왕복 2.40유로. 더운 여름 오후의 케이블카는 사우나탕이었지만 마치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너무 더운 오후여서 내려가자마자 다시 천상으로 올라왔지만 말이다. (뭐 덥기는 천상도 마찬가지;;)

주절주절 길어졌다. 다음 글에 사진 좀 올리고 끝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