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미팅 때 발표한 논문은 지난 4월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버지니아 공대의 물리학과 연구자들이 쓴 것이었다. 제목은 '사회 시스템에서 합의의 부족(Lack of consensus in social systems)'이다.

모형은 간단하다. N개의 노드로 이루어진 시스템에 랜덤하게 의견을 뿌린다. 각 노드는 +1 또는 -1의 의견을 갖는다. 아무 노드나 하나 뽑아서 이웃한 노드들의 다수를 따르게 한다(다수결투표모형; Majority Voter Model). 이웃한 노드들의 의견이 반반이면 내비둔다. 그리고나서 링크를 모두 끊고 같은 의견을 가진 노드들 사이에는 p의 확률로 링크를 이어주고, 다른 의견을 가진 노드들 사이에는 q의 확률로 링크를 이어준다. 그리고나서 다시 아무나 한 놈 잡아서 이웃들의 다수 의견을 따르게 하고 이를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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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q일 때에는 같은 편끼리보다 상대편과 더 많이 상호작용하는 경우이고, p > q일 때에는 상대편보다 같은 편끼리 더 많이 상호작용하는 경우다. 논문에서는 p + q = 1인 특수한 경우만 다룬다. 그러면 p라는 조절변수와 초기조건, 즉 t = 0일 때 +1 스핀의 비율 ρ_0에 따라 오른쪽 그림과 같은 상그림(phase diagram)을 얻을 수 있다.

그림 중 아래 영역에서는 +1 스핀이 모두 -1 스핀으로 바뀌어 소수파가 다수파에게 완전히 먹힌다. 반대로 위 영역에서는 처음부터 다수파로 시작한 +1 스핀들이 -1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린다. 왼쪽 영역에서는 처음에 다수였든 소수였든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게 된다. 이 경우는 p < q인 경우에 해당하는데 상대편끼리 대화(?)를 나누는 경우다. 반면에 p가 q보다 큰 오른쪽 영역에서는 초기조건 그대로 남는다. p가 크므로 자기들끼리만 얘기를 나누므로 굳이 의견을 바꾸려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로부터 소수파는 어떠한 교훈을 배울 수 있나? 이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는 소수파는 가능한한 다수파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설득을 위한 대화이다. 위 상그림으로 말하자면, 소수파는 아래 영역에서 시작된다. p를 높이거나 낮추는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p를 높이는 경우 자기들끼리만 상호작용하므로 적어도 조직이 와해될 위험은 없지만 평생 소수파로 살아가야 한다. p를 낮추는 경우 적어도 시스템의 반은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고 일단 반반이 되었으면 반반의 확률로 다수가 되거나 아니면 다시 소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해도 다수가 되고자 한다면 일단 승률을 꽤 높이는 셈이다. 그래서 일단 다수가 되었으면 이들은 p를 다시 높임으로써 자기들만의 왕국을 지켜내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득권들이 그러하듯이.

여기까지는 재미있는데 정말 그게 될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왜냐하면 p는 소수파가 원한다고 작아지거나 커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다수파에게 p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것이다. p의 변화는 개개인의 전략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조절변수이므로 시스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 논문이 제시한 교훈의 설득력을 상쇄시키고 있다.

p를 조절하는 권력을 누가 어떻게 가지게 될 것인가를 같은 모형을 그대로 이용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모형의 또다른 조절변수 p'에 대해 또다른 모형이 필요하고 이런 식으로 무한히 소급될 것 같다. 그럼 소수파는 영원히 소수로 남거나 아니면 와해되기만 할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적어도 자기들끼리의 폐쇄적인 조직을 유지함으로써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고, 이 모형에서 고려하지 않은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재미있는 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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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18일 오후 3시 14분 덧붙임. arxiv.org에는 PRL에 보냈다고 하더니 결국 EPL에 실린 것을 오늘에서야 확인함. 링크: http://www.iop.org/EJ/abstract/0295-5075/82/4/48006 arxiv.org에 업데이트 좀 해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