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제목이 길어진다. 계속 이런 글만 올리다보면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가 될 것 같다. 글쓰기는 도박이다. 남들에게 읽혀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는 글의 생명을 건 투쟁이다. (이런 표현은;;;) 글의 운명은 곧 글쓴이로서의 운명에 직결되므로 키보드를 누르는 순간순간이 바로 긴장감의 연속이다...라고 해봐야 사실 제멋대로 쓰고 오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이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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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방향성 있는 아벨리안 모래쌓기 모형(2차원, d차원)에 대해 다루었는데, 여기에 '확률적인(stochastic)'이라는 말이 더 붙었다. 왼쪽 그림을 보면, 하늘색 모래알의 경우 어떤 자리에서 모래알이 2개가 쌓이면 무너지는데 모래알이 아래층 왼쪽과 오른쪽 자리에 각각 하나씩 전달된다. 이게 기존의 모형에서 가정하는 '결정론적인 무너지기 규칙'이었다. 확률적인 무너지기 규칙을 도입하면 분홍색 모래알처럼 모래알 2개가 모두 아래층 왼쪽 자리로 전달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무너지는 모래알 각각은 아래층 왼쪽 자리로 갈 확률과 오른쪽 자리로 갈 확률이 각각 1/2이며 다른 모래알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그럴 경우 시스템의 거동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보고자 한다.

기존의 결정론적인 모래쌓기 모형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지 마구잡이 걷기로 환원되어 이해될 수 있었다. 그리고 사태의 모양이 어떠해지는가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사태 안에 무너지기를 하지 않은 자리, 즉 구멍(hole)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거듭제곱 지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이었다. 2차원 확률적인 방향성 있는 아벨리안 모래쌓기 모형(2-dimensional stochastic directed abelian sandpile model, 줄여서 2-SDASM;;; 웬지 새디즘을 연상시킨..;;)에서도 사태의 모양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결정론적 모형과 다른 점은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무너지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너지기 한 번에 모래알은 2개씩만 아래층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위의 분홍색 모래알들처럼 모래알이 한쪽으로 쏠리고 이게 우연히도 여러 번 되풀이되면 한 자리에 수십개의 모래알이 쌓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그 자리가 안정적일 때까지 즉 모래알이 1개 이하로 남을 때까지 계속 무너지기를 해줘야 한다. 이렇게 여러 번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무너지기(multiple toppling)';;;라고 부른다. 결정론적 모형에서는 모래알이 쏠리지 않으므로 한 번 무너지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2-SDASM에서는 다르다.

컴퓨터 시늉내기로 얻은 결과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지수를 정확하게 풀어낸 연구들을 소개한다.

[1] M. Paczuski, K.E. Bassler, Phys. Rev. E 62, 5347 (2000); arXiv.org:cond-mat/ 0005340v2
[2] M. Kloster, S. Maslov, C. Tang, Phys. Rev. E 63, 026111 (2001)

두 그룹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얻었는데 여기서는 [2]번 논문을 따라간다. 모래알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태가 시작되면 모래알이 아래층으로 무너져내리면서 각 층에서 무너지기가 몇 번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t층의 무너지기 회수 N(t)라고 하자. 위층으로부터 짝수개(2k)의 모래알을 받은 자리는 k번 무너짐으로써 받은 모래알을 그대로 아래층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홀수개(2k + 1)를 받은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모래알이 없었으면 k번 무너지므로 아래층에는 2k개만 전달하고 만다. 그 자리에 모래알이 1개 있었다면 k + 1번 무너져서 아래층에 2k + 2개를 전달한다. 즉 모래알의 유량이 ±1만큼 변한다. 홀수개를 받는 자리를 활성화 자리(active site)라고 부르고 각 층의 활성화 자리의 개수를 N_a(t)라고 하자. 이로부터 모래알의 유량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식을 얻는다.

2 N(t) = 2 N(t - 1) + Σ_{n=1~N_a(t)} ξ_n

ξ_n은 +1 또는 -1로서 활성화 자리 각각에 의한 유량의 변화량을 나타낸다. 이 식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면,

dN(t) / dt = 1/2 sqrt[N_a(t)] η(t)

이며 여기서 η(t)는 평균이 0, 분산이 1인 가우스 노이즈(Gaussian noise)이다. N(t) ~ t^α, N_a(t) ~ t^(α_a)라고 가정하면 η(t)의 차원은 t^(-1/2)이므로 α = (α_a + 1) / 2임을 알 수 있다. 결정론적 모형에서처럼 여기서도 평균 유량(사태가 생기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기지 않은 경우를 모두 고려)은 일정하므로 사태의 지속시간 T가 t보다 클 확률을 Pr(T > t)라고 하면,

Pr(T > t) * N(t) ~ 상수, 즉 Pr(T > t) ~ t^(-α)

이고, Pr(T = t) ~ t^(-α - 1)이 되어 사태의 지속시간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는 τ_t = α + 1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태 크기의 분포는 Pr(S = s) ~ s^(-τ_s), τ_s = (2α + 1) / (α + 1)이므로 α_a만 알면 곧바로 답이 얻어진다.

결정론적 모형에서는 사태의 각 층에서 경계가 아닌 안쪽의 자리들은 모두 2개(짝수)씩 모래알을 받으므로 활성화 자리가 경계에서만 나타나며 t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α_a = 0이 된다. 이로부터 결정론적 모형의 결과와 일치하는 지수들을 얻을 수 있다.

확률적 모형에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은, 각 층 t에서 무너지기 회수는 N, 활성화 자리의 개수는 N_a, 무너지는 자리의 개수는 2 N_a라는 것이다. 무너지는 자리의 개수가 활성화 자리 개수의 두 배인 이유는 무너지는 자리가 활성화될 확률이 1/2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각 층 t에서 무너지는 자리에서 무너지기가 평균 몇 번 일어나는가를 계산할 수 있는데 그걸 n_topple(t)라고 하면 n_topple(t) ~ N / (2 N_a) ~ t^(α - α_a)이다.

확률적 모형에서는 사태 중간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사태의 경계에서는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사태의 가로폭이 매우 크다면 구멍에 의한 효과는 무시할 수 있고 결국 다시 마구잡이 걷기 결과를 이용할 수 있다. 활성화 자리의 개수는 무너지기 자리의 개수의 확률적 특성, 즉 t^(1/2)를 그대로 따른다고 볼 수 있으므로 N_a(t) ~ t^(1/2), 즉 α_a = 1/2이며 이로부터 τ_s = 10/7, τ_t = 7/4를 얻는다.

정리하면, 확률적 무너지기 규칙에 의해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무너지기가 가능해지고 이러한 특성이 결국 사태 크기 분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덧붙여 위의 참고문헌 [1]에서는 2-SDASM을 표면성장 모형에 관한 에드워즈-윌킨슨 방정식(Edwards-Wilkinson equation)으로 본뜨기하여 그 방정식의 결과를 이용한다. 이 점이 [1]번 논문과의 차이점이기는 한데 결국 하려는 말은 똑같다. 표면성장 모형과 모래쌓기 모형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매우 비슷하다는 것 역시 흥미롭기는 하다. 게다가 [2]번 논문은 마지막 부분에서 모래쌓기 모형을 흡수 상전이(absorbing phase transition)와 연관지으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이후에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