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쌓기 모형과 지진 모형은 자기조직화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 SOC)의 전형적인 모형들이다. 모래쌓기 모형에서 일어나는 사태(avalanche)에서 모래알의 개수가 보존되는 경우에만 임계성이 관찰되며 모래알의 개수가 보존되지 않을 때에는 임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가지치기 과정(branching process)으로 모래쌓기 모형을 근사하여 나온 결과다.

지진 모형은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판들이 외부로부터 일정하게 힘을 받고 또 판들이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서는 판 하나에 쌓여있던 에너지(또는 힘)가 다른 판들에 전달되는 연쇄반응을 통해 역시 임계성이 나타난다. 그런데 모래쌓기 모형과는 달리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아도, 즉 에너지가 전달되면서 일부분 손실되어도 임계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모래쌓기 모형과의 차이점이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위의 모형들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 모래쌓기 모형에서는 어떤 위치의 모래알이 다른 위치로 이동할 때 그 이동하는 양이 일정하다. 하지만 지진 모형에서는 어떤 판의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어 0이 되고 그 에너지를 옆의 판들이 골고루 나누어 받는다. 즉 한번 모래알/에너지가 반응(또는 무너지기 또는 에너지 전달)할 때 이동하는 양(모래알의 개수 또는 전달되는 에너지의 총량)에서 차이가 생긴다. 모래알의 이동량에 비해 지진 모형의 에너지 이동량이 더 크기 때문에 에너지에 손실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모래알의 이동량에 해당하는 정도만 전달이 된다면 임계성이 여전히 나타나게 된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통화의 총량이 10억이고 유동량도 10억이라고 하자. 이 10억이 제때제때 흘러야 시스템이 임계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정부가 화폐를 마구 찍어내서 통화의 총량이 12억이 되었다고 하자. 임계상태가 유지되려면 10억의 통화량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나머지 2억은 금고에 넣어놓아도 임계상태를 유지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전자의 경우가 모래쌓기 모형에 해당하고 후자가 지진 모형에 해당한다.

SOC에 관해서는 Jensen의 <Self-Organized Criticality>(1998)라는 책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