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은 발표 내용 중 재미있는 게 있어서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연결망의 각 노드에 대해 사이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을 정의할 수 있는데 이 값이 클수록 연결망 내에서 중요한 길목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사이중심성은 두 노드의 최단 경로를 이용하여 정의되었다. 즉 연결망의 임의의 두 노드(노드쌍... 웬지 욕 같다;;)를 잡고 두 노드 사이의 최단 경로'들'을 찾은 후에 이 경로들 중 특정한 노드 i를 지나는 비율을 구할 수 있는데 이 비율을 가능한 모든 노드쌍에 대해 평균낸 값이 노드 i의 사이중심성이다.

이를테면 서울시 내의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단 하나라면 그 다리는 다른 도로들에 비해 이웃수(degree)는 적지만 강남에서 강북으로 또는 그 반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므로 이 다리의 사이중심성은 매우 큰 값을 갖게 된다.

그런데 뉴만은 이렇게 최단 거리를 이용하지 않고 마구걷기(random walk; RW)를 이용해 사이중심성을 잴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다[M.E.J. Newman, Social Networks 27, 39 (2005)]. 여기서도 앞에서처럼 임의의 두 노드를 잡은 뒤에 한 노드에서 RW가 출발하여 다른 노드에 도착할 때까지 노드 i를 지나는 회수를 구할 수 있는데 이걸 모든 노드쌍에 대해 평균낸 값이 RW 사이중심성, 즉 RWBC이다. 최단 거리를 이용한 방법은 SPBC(shortest path betweenness centrality)라 부를 수 있다. 이 약자들은 뉴만이 쓴 건 아니고 오늘 발표자께서 붙인 것 같다.

재미있는 결과 중 하나는, SPBC는 작지만 RWBC가 그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노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최단 경로에는 배제되어 있지만 마구 걷다보면 상대적으로 자주 들르게 되는 노드라는 말이다. 역시 예를 하나 들어보면, 서울-대전을 잇는 최단 경로와 춘천-안동을 잇는 최단 경로는 겹치지 않는다. 즉 중간의 충주나 괴산에 들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구 운전(random drive;;;)을 하다보면 충주나 괴산을 지나갈 가능성이 꽤 높아진다는 말이다. 뉴만의 논문을 초록하고 그림, 표만 봤는데 어쨌든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방법을 만들고자 했던 게 동기인 듯 하다.

한 가지 더 말하면, 사실 '경로 적분'이 떠올랐다. 고전역학적으로 입자들은 '최소 작용의 원리'에 따라 작용이 최소가 되는 경로(연결망의 언어로 하자면 최단 경로)를 따르는데 반해 양자역학적으로는 입자-파동이 '가능한 모든 경로'를 따라 간다고 하며 확률분포의 퍼짐 현상으로 이해한다면 결국 마구걷기에 의한 경로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플랑크 상수를 0으로 보내는 극한에서 양자 효과는 사라지고 결국 최단 경로를 따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간단히 정리하려고 해도 항상 길어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