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연결망 이론에 관한 연구를 지금도 하고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예전에 비해 이 분야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냉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얘기를 끄적거려볼까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구되어온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소심한 마음으로 쓴다.

우선 통계물리를 하던 사람들이 10년 전부터 연결망 이론을 많이 연구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태도가 나뉜다.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연구해온 분들이 있다. 연결망 연구는 또한 전산/생물/사회와 같은 다른 분야와 연관되어 학제간 연구로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다른 한편, 이 분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다. 나도 이유를 잘 몰랐는데 얼핏 들은 바로는 '물리'가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참 애매한 말이기는 하다. 아니면 내가 아직 '물리'가 뭔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비판(?)을 나름대로 거칠게 풀어보겠다.

연결망 이론이 10년 전쯤부터 (물리학자들 사이에) 뜨기 전에도 이미 마구잡이 연결망(random network) 위에서의 물리학이 연구되어왔고 거기서 나타나는 현상은 평균장 어림(mean field approximation; MF)의 결과와 같다고 이해되었다. 그래서 균질한 연결망은 특별히 새로운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비균질한 연결망(heterogeneous network)은 주로 척도없는(scale-free) 연결망을 가리키는데, 이 경우에도 이웃수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 γ가 개입되어 나타나는 결과들은 새로운 것이었지만 그외에 아주 새로운 특징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새롭다'의 기준이 뭐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

물론 연결망 이론이 위에 말한 것에 한정되는 건 아니다. 연결망 자체의 구조가 어떠한가, 미시적인 규칙에 의한 결과로서의 복잡한 연결망을 어떤 변수로 특징지어 이해할 거냐, 커뮤니티 구조라든가 하는 것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찾아낼 거냐, 그런 구조의 특징이 그 위의 (평형/비평형) 동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이해할 거냐 따위.

상전이에만 국한시켜 보자. 상전이는 임계지수로 특징지어진다. 임계지수들이 정의되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식이 유도된다. 그런데 비균질 연결망에는 γ라는 지수가 임계지수들에 직접 개입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가중연결망(weighted network)이 그렇지 않은 연결망(이진 연결망(binary network)이라고 하면 되나?)과 다르다면, 그건 노드의 가중치가 이웃수와 거듭제곱 관계에 있고 여기서 정의되는 지수가 1이 아닐 때에만 역시 임계지수들에 직접 개입됨으로써 상전이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정리하면, 상전이에 국한시킨 경우, 일단 격자가 아닌 연결망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기존의 MF로 이해될 수 있고, 척도없는 연결망이나 가중연결망에서 정의된 새로운 지수들이 개입되어 임계현상을 바꾸는 경우에만 기존의 MF와 다른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얘기는 이웃수의 분포에만 기반한 건데, 이웃수 사이의 상관관계(degree-degree correlation)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이에 대한 명쾌한 이해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재미나 흥미의 측면에서 연결망 이론은 위에 정리한 수준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라면 결론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재미/흥미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다르므로 내 결론은 내 취향일 뿐이다. 그리고 나도 아직 내 머리 속에 정리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