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 올린 '양-리 영들'이라는 글에서 M이 무한히 커지면 분배함수 Z(y)가 0이 되는 양의 실수 y_i(=1)가 존재하여 이 점이 상전이가 일어나는 임계점이 된다고 했습니다. M이 커지면서 y_i 중 양의 실수축에 가장 가까운 값(이걸 Y라고 부르겠습니다)이 1에 접근하는 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양-리 원 정리(circle theorem; 리-양 원 정리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를 이용하여 그리피스 특이성/상태를 제시한 그리피스의 논문을 따라가보겠습니다. 격자의 자리들 중 p의 비율만 스핀이 있고 나머지 자리는 비어있다고 합시다.

예를 들어 10 * 10 크기의 바둑판 격자의 각 점에 돌을 놓는다고 할 때, p=0.3이면 30개의 점에만 돌이 놓여 있고 나머지 자리는 비어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웃한 자리에 모두 돌이 있을 때에만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합니다.

p=1이면 잘 알려진 이징 모형이 되는 거고요, 이 경우에 이징 모형에는 임계온도가 존재하고 이걸 T_c라 부르겠습니다. p가 1보다 작아지면 그만큼 각 스핀들이 서로 정렬하려는 힘이 약해져서 더 낮은 온도에서 상전이가 일어납니다. p<1일 때의 상전이 온도는 p의 함수이므로 T_c(p)라고 쓰겠습니다. p가 작아지면 T_c(p)도 줄어들다가 p가 특정한 값 p_c보다 작아지면 아예 0이 됩니다.

격자의 구조만 다시 생각해보면요, p<1이면 군데군데 돌이 없는 너덜너덜한 모양의 격자가 됩니다. 2차원 이상의 공간에서 p의 임계값 p_c가 존재하여, p_c보다 큰 p에서는 격자가 어느 정도 전체적인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p_c보다 작은 p에서는 격자가 완전히 산산조각나서 넝마가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산산조각난 격자 위에서는 스핀들이 서로 상호작용해서 정렬하려는 힘이 너무도 약하기 때문에 온도가 0보다 크기만 하면 바로 질서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주절주절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리피스의 1969년 논문의 그림 1번을 제가 다시 그리고 몇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PM은 스핀의 상호작용으로 질서가 생기려는 경향보다 온도에 의한 무질서 경향이 우세해서 자발적 자기화(spontaneous magnetization)가 없어지는 상황, 즉 상자성(paramagnetism; PM)을 뜻합니다. 곡선 아래 부분은 FM인데요, 질서가 생기려는 경향이 우세해져서 자발적 자기화가 나타나는 상황, 즉 강자성(ferromagnetism; FM)입니다. GP는 그리피스 상태(Griffiths phase)입니다.

앞의 설명에 의하면 GP라고 쓴 영역은 PM이 되어야할 것 같은데 왜 GP냐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물론 PM과는 다른 성질이 있기 때문이고 이 '다른 성질'을 그리피스가 증명했다는 말입니다. 보통 이징 모형에서(즉 p=1인 경우)는 특이성(singularity)이 임계온도인 T_c(1)에서만 나타납니다. 그 외의 온도에서는 물리량들이 연속적으로 변하죠. 특이성이란, 수학적 대상이 정의되지 않거나 미분가능하지 않은 점을 말합니다(위키 참고).

그런데 GP에서는, 즉 GP의 모든 점에서 물리량들이 특이성을 보입니다. 다시 논문을 따라가면, p가 p_c보다 작은 격자, 즉 산산조각난 격자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겠습니다. 각 조각들은 덩어리(cluster)라고 부르는데, 덩어리에 번호를 매기고 그걸 n이라고 합시다. 각 덩어리의 자리 당 자기화를 M(n)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어떤 자리를 임의로 골랐을 때 그 자리가 n번 덩어리에 포함될 확률을 P(n)이라 합니다. 그러면 전체 자기화는 다음처럼 쓸 수 있습니다.


또한 Σ P(n) = p가 되겠죠. 그런데 M(n)은 양-리의 정리에 의해 다음처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s(n)은 덩어리 n의 크기, 즉 n에 속해 있는 자리의 개수입니다. 위 식에서 상수 1이 왜 붙는지, 2라는 인수가 왜 들어갔는지는 모르겠고요;; 앞 글의 마지막 식을 보시면 왜 이렇게 쓸 수 있는지 아시겠죠. 이 M(n)을 저기 위의 식에 넣으면 M은 1 + y f(y) 꼴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f(y)는 Σ η_i / (y_i - y) 이며 η_i = 2P(n) / s(n)입니다. 논문에 있는대로 썼는데 첨자가 좀 헷갈리네요. 이 다음에는 y가 Y에 안쪽으로부터 접근할수록 f(y)가 발산해버린다는 걸 증명합니다.

그리고나서 '규칙적인' 덩어리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2차원 공간이라면, 정사각형 모향의 덩어리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이 덩어리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이 덩어리는 유한한 크기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고요(즉 위의 M에 무시할 수 없는 '유한한 크기'로 기여하겠죠), 이 덩어리만 보면 원래 이징 모형의 성질에 따라 T_c(1)보다 작은 온도에서도 질서를 보이려고 할 겁니다. 이 덩어리의 M(n)에 포함된 항 중에 M(n)을 발산하게 만드는 항(즉 y_i=1인 항)이 있을 거고요, 이 항에 의해 f(y), 즉 M도 발산합니다. 그래서 T가 T_c(1)보다 작아도 자기화는 특이성을 보이는 거죠.

p가 p_c보다 커도 똑같은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p가 p_c보다 커지면 무한히 큰 덩어리가 나타나고 이 큰 덩어리만의 상전이 온도가 T_c(p)로 결정되는 거고요, T_c(p) < T < T_c(1)인 온도에서는 위에서 얘기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게 GP에서의 특이성 존재에 대한 증명입니다.

수식과 말은 복잡해보이지만(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리 어려운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양-리의 정리나 그리피스가 전개한 수학적 증명을 따라가지 않아도 GP의 존재는 물리적인 이해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다음 글에서 말로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