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G. Parisi)가 1988년에 낸 <Statistical Field Theory(통계장론)>의 5장 제목이 '란다우-긴즈버그 모형'입니다. 여기서 장(field)이 뭐냐부터 얘기를 해야할텐데요, 주어진 시스템을 미시적으로 볼거냐 거시적으로 볼거냐라는 틀로 얘기한다면, 장은 중시(mesoscopic)에 해당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너무 자세하게도 아니고 너무 거칠게도 아닌, 적당한 규모로 보겠다는 거죠.

우선 어떤 위치 x에서의 장은 다음처럼 정의됩니다.


S_i는 위치 i에 있는 스핀 값을 뜻합니다. δ는 앞서 말한 '중시'를 조절해주는 변수가 됩니다. δ가 너무 작으면 조금이나마 '거칠게 보는' 효과가 없어지고, 그렇다고 너무 크면 공간 위치에 따른 변화를 볼 수 없어지므로 너무 거칠게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적절한 δ를 쓰면 된다고 합니다. φ(x)는 한곳 자기화(local magnetization)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평형통계물리에서 시스템이 어떤 상태에 있을 확률은 그 상태가 갖는 해밀토니안의 지수함수에 비례한다는 게 알려져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해밀토니안은 미시적으로는 S_i로 정의되겠지만, 장을 이용한 실질 해밀토니안(effective Hamiltonian)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모형의 세부사항에 따라 이러저러하게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아래처럼 몇 개의 항만으로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필수요소가 갖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림이 커서 줄어나오네요. 클릭해서 보셔도 됩니다.)


이 실질 해밀토니안을 란다우-긴즈버그 모형이라고 부릅니다. h(x)는 위치 x에 가해지는 외부 자기장입니다. D는 시스템의 공간차원이고요. 조절변수는 세 개입니다: μ, g, Λ.

일단 h=0일 때, μ가 양수이면 φ=0에서 해밀토니안은 최소가 됩니다. φ=0은 스핀들이 제멋대로 값을 갖는 무질서 상태를 뜻합니다. μ가 음수이면 0이 아닌 φ에서 해밀토니안이 최소가 됩니다. 질서가 생기는 거죠. 즉 μ=0에서 상전이가 일어나므로 μ를 T - T_c에 비례하는 양으로 놓을 수 있습니다.

적분 안의 두번째 항은 강자성 상호작용(ferromagnetic interaction)을 뜻합니다. x가 변하면서 φ(x)가 덜 변할수록 해밀토니안을 낮춰주기 때문인데요, 즉 가까운 위치의 φ들이 비슷한 값을 갖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저 항을 격자 위에서 전개하면 φ(x)φ(x+dx) 꼴이 나오고 계수가 음수이므로 강자성 상호작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항은 φ(x)를 x로 두 번 미분한 라플라시안을 제곱한 거죠. 라플라시안은 φ(x)가 얼마나 매끄러운지(smooth)와 관련되는데 저 항 역시 계수가 양수이므로 매끄러울수록 해밀토니안을 낮춰줍니다. 물론 두번째 항도 매끄럽게 해주는 건 맞는데 마지막 항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합니다. 

원래 저 항들보다 더 높은 차수의 항들도 당연히 고려될 수 있지만, 위의 필수적인 항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g=0인 경우를 가우시안 모형(Gaussian model)이라 부르는데, φ의 2차항까지만 남기 때문이며 계산이 쉬워(?)집니다. g가 0이 아닌 경우는 해밀토니안을 정확히 구할 수 없으므로 g가 작다고 가정하고 전개하는 방법을 씁니다.

아직 공부를 하는 중이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모형만 소개하고 나중에 더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