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아직 잘 정리되지 않아서 그런지 제목이 지저분합니다. 저는 제 블로그에서 통계물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거나 학제간 공동연구를 할 때 다른 분야에 관한 진지한 태도와 공부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기존 통계물리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호기심과 재미를 추구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좀더 진지해져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런데 다른 분야에 대해 진지하다는 건 뭔지, 얼마나 진지해져야 하는지 모호합니다. 이를테면 사회물리학을 위해 물리학자가 사회학을 전공해야 하는지, 또는 그쪽 분야의 학위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과학자와 공동연구를 하면 문제 없는지...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온 분야의 역사와 관점들을 배울 필요가 있겠죠. 사회과학 또는 관심있는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흐름(맥락)은 알고 있어야 할 거고, 이를 위해 관련 공부를 해야할 겁니다. 이걸 혼자 하기 힘드니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그러다 학위를 받을 수도 있겠죠. 또는 그 분야의 지식과 관점을 갖춘 사회과학자와 공동연구를 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분들에게 우리는 대개 열역학 교과서를 언급하며 열역학 제2법칙을 먼저 공부하라고 하곤 하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런 걸 배우려는 노력을 하자는 게 '진지한 태도'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진지해야 하는가...에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여튼 궁금하면 공부하는 거고 아님 말고라고 해도 누가 뭐라 그럴 수도 없고요;;; 뭘 어떻게 하든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기만 하면 되는 거겠죠. 학문의 길에 '완성'이란 있을 수 없을테니까요.

다른 한편으로, 꼭 관심있는 다른 분야에 대한 기존의 지식이나 관점을 알아야만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 관점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거죠. 제가 전자기학 수업 시간에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 외에 전자기 현상에 대한 다른 이론은 없느냐고 질문한 적도 있고, 고전역학의 최소작용의 원리를 확장하여 최소 근처 작용의 원리;;;를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이런 게 '새로운 관점'이 될 수는 없고요;;; 이쯤에서 생기는 질문은 사회과학의 관점이나 체계는 얼마나 견고한가.입니다만 제목에서 점점 멀어지네요.

사실 사회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자연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게을러서 시작하다 말았지만, 대단한 분들이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저도 말은 이러저러하게 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모범이 되는 일인데, 제 스스로 이미 그럴 수 없는 사람이어서 공허해지기만 하는군요. 지난 3년 동안 계속 스스로에게 해온 말을 다시 한 번 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물리라도 열심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