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age를 한국어로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 '통과'가 무난해보여서 '첫통과 과정'으로 낙찰했습니다. 시드니 레드너(Sidney Redner)의 <A guide to first-passage processes(첫통과 과정 안내;;)>(2001)를 참고하여 기본개념을 정리하겠습니다.

책의 서문에 있는 재미있는 예를 봅시다. 당신이 동네 식당에서 애인과 7시에 만나기로 했다고 합시다. 애인은 6시 55분에 왔다가 7시 5분까지 기다린 후 걍 돌아가버립니다. 당신은 식당에 7시 6분에 도착한 후 애인이 기다렸다가 돌아갔다는 사실을 모른채 9시까지 기다리다가 역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가서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7시쯤 식당에 갔다가 9시까지 기다렸단 말야. 내가 식당에서 7시부터 9시까지 있을 확률은 거의 1이었어! 어떻게 우리가 못만날 수가 있지?"라고 묻습니다. 애인은 대답하길 "네가 식당에 있을 확률(occupation probability)은 신경 안 써. 네가 식당에 처음 도착할 확률(first-passage probability)이 중요한 거야. 그 확률은 7시 정각에는 0이었다고! 안녕."이라고 하며 전화를 끊습니다;;; 좀 까칠하네요.ㅋㅋㅋ 이렇게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보다 "그 일이 처음 일어날 확률"이 중요한 상황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자연 현상에서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 식을 써볼까요? 시각 t=0에 원점(r=0)을 출발한 마구 걷개(random walk)가 시각 t에 위치 r에 있을 확률을 P(r,t)로 나타냅니다. 이 걷개는 r에 처음 왔을 수도 있고 이전에 한 번 왔다가 두번째로 왔을 수도 있고, 이미 여러 번 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처음 방문/통과'하는 경우가 중요할 때가 있지요. 이 마구 걷개가 시각 t에서 위치 r을 '처음으로' 방문/통과할 확률을 F(r,t)라 부르겠습니다. P를 F를 이용해 쓸 수 있습니다. 걷개가 (r,t)에 있을 확률은 시각 t에서야 처음 r을 방문할 확률뿐 아니라 t 이전인 t'에 이미 r을 처음 방문했다가 t - t'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제자리(r)로 돌아올 확률들을 더해주면 됩니다.

$$P(r,t)=\delta_{r,0}\delta_{t,0}+\sum_{t'\leq t}F(r,t')P(0,t-t')$$

시공간이 모두 띄엄띄엄하다고 가정했습니다. 다음처럼 생성함수를 정의합니다.

$$P(r,z)=\sum_{t=0}^\infty P(r,t)z^t,\ F(r,z)=\sum_{t=0}^\infty F(r,t)z^t$$

맨 위 식을 이 생성함수를 이용해 다시 씁니다.

$$P(r,z)=\delta_{r,0}+F(r,z)P(0,z)$$

r이 0일 때와 아닐 때로 나누면 다음 결과를 얻지요.

$$F(r,z) = \left\{ \begin{array}{ll} \frac{P(r,z)}{P(0,z)}, & r\neq 0 \\ 1-\frac{1}{P(0,z)}, & r=0 \end{array}\right.$$

이제 P만 구하면 되는데 이건 단순한 마구 걷개에서는 정규분포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시공간이 모두 띄엄띄엄하지 않은 경우도 물론 다루고 있습니다. 음... 정말 간단히 썼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