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 부제는 Views from MRI and microscopy였습니다. 사실 부제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록을 하고 다녀오기까지 했네요. 인간 뇌신경의 연결지도를 그리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는데 뉴런/마이크론 단위의 구조를 보려는 미시 현미경(microscopy)파와 뇌 전체를 많아야 1000개(?) 정도로 구분하여 보려는 거시 MRI파로 나뉜다는 거죠. ('~파'라고 한 건 제가 편의상 붙였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에 한 사전 강의를 제외하고, 어제는 미시쪽 오늘은 거시쪽의 발표를 주로 들었고 내일은 발표자들과 소수의 초청손님들만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고 합니다. 저는 내일 토론도 보고 싶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초짜 주제에 욕심이 과했습니다. 사실 어제 오늘 들은 발표도 졸면서 듣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미시쪽은 뉴런 하나하나, 뉴런의 수상돌기(dendrite)에 붙은 작은 돌기(spine)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시각화하는 최첨단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원래 고유의 빛깔이랄 게 없는 세포들을 이러저러하게 염색하기도 하고 단면들을 열심히 스캔하여 3차원 입체영상을 재구성하고 이로부터 서로 다른 뉴런을 구분해내고 이를 다시 한눈에 볼 수 있게 화려한 색을 입혀 보여주기 위해 온갖 물리/생물/화학/전기/전자/전산 쪽의 지식이 동원되었습니다. 수려한 영상미가 돋보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거시쪽의 그림들도 만만치 않게 화려하고 수려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뉴런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고 좀더 거시적으로 뇌의 각 부분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MRI 등을 통해 보여줍니다. 또한 이쪽이 뇌의 거시적 기능이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가까운 것으로 보이더군요.

어느 쪽이든 일단 '구조'를 밝혀내는데 초점을 둔 학회이다보니 '기능'이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저는 계속 '왜'라는 질문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눈은 즐거운데 뭔가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분위기 파악 못한 건 맞고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기능이나 메커니즘을 논의하는 학회에 가보고 싶네요.

그래서 그랬는지 '동적 인과 모형(DCM)'을 발표한 프리스턴(Karl Friston)이나 제가 지난 1월에 읽고 정리한 논문의 저자인 스폰스(Olaf Sporns)가 발표에서 잠시 언급한 '정보'라는 말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실 '기능'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건 없고 좀더 미시적으로 뇌의 정보처리의 기본 단위(생물 단위/정보 단위)가 무엇인지 이 단위들이 어떻게 모여서 거시적으로 '기능'이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는지가 지금 궁금한 점입니다.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