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논문이 나왔네요. 맨 앞에 있는 게 제 이름입니다. '공진화하는 도움 연결망(coevolving helping network; CHN)' 모형은 그 이전에 다른 연구자들과 쓴 논문에서는 '구조모형(rescue model)'으로 불렀던 겁니다. '공진화'를 강조하기 위해서죠.

여튼 CHN은 2005년 봄에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해 가을에 외국 학회에 가서 발표도 하고 EPL(Europhysics Letters)에도 논문을 냈죠. 좁은 세상 연결망 타입으로 모형을 조금 바꿔서 연구한 내용까지 해서 2006년 여름에 학위를 받았고 그건 PRE에 실렸습니다. 그리고나서 아무도 관심 없는 연구 이제 그만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끝내보자는 생각에 꾸준히 조금씩;;; 하다가 이제야 실렸네요. 모두 5년이 걸렸습니다. 이제 정말 떠나보내려고 합니다...만 앞날은 모르는거죠.

이 연구의 중요성을 떠나(사실 회의적입니다) 공동연구자들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주어진 문제를 가능한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고, 하나하나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자세와 태도를 배웠습니다. 스스로 "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른 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대충 넘어가려고 하다가도 묵묵히 따랐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면 좋은 거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미련이 없을 정도로 제가 이미 오래전에 마음을 비워서;;; 정말 홀가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