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플레너리 세션은 에이나드(B. Eynard)의 강연이었습니다. 행렬의 요소가 랜덤하게 주어지면 랜덤행렬이라 부릅니다. 이걸 이용하여 포텐셜(V)을 정의하고 분배함수도 구하고 하는데요, 이 분배함수를 (아마도) 행렬의 크기 N의 차수에 따라 전개합니다. 이때 각 계수들을 구하는 게 문제입니다. 또한 N이 매우 클 때 랜덤행렬의 고유값의 분포 역시 N의 차수로 전개하는데 이 계수들도 구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중 가장 큰 차수의 계수를 ρ(x)라고 하면 이걸 가지고 스틸제스(Stieljes) 변환을 합니다. 이때 x는 실수인데 이걸 복소수로 확장합니다. 그 변환의 결과는 C*C에서 정의되는 리만표면이랍니다. 리만표면의 외재 계량(extrinsic metric)은 V에 의존하여 보편적이지 않고, 내재 계량(intrinsic metric)은 보편적인데 그린함수의 미분으로 표현됩니다. 일반적으로 n점 분포(n-point)가 정의되며 이들의 스틸제스 변환 모두가 같은 등각구조를 갖는다네요. (뭔 소리냐;;;) 여튼 이것들을 귀납적으로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랜덤행렬에서 리만표면과 이들의 귀납적 계산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뭔가 신기했습니다.

동시세션은 주제5(유체와 부드러운 물질)를 선택했습니다. 첫 발표자 다우쇼(O. Dauchot; 발음이 어떻게 되더라;;;)는 스스로 움직이는 작은 원판들이 움직이다 상호작용하면서 집합적인 패턴을 보이는데 이걸 실험으로 보여줍니다. '스스로 움직인다(self-propelled)'고 했는데 원판 바닥을 비대칭적으로 만들고 이들이 놓여있는 판을 (아마도 위아래로) 잘 흔들어주면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할 수 있다네요. 물론 여러 원판들이 부딪히면서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이 바뀌겠죠. 이들의 움직임을 촬영하여 분석한 결과가 발표의 주요내용입니다. 사실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그 다음 발표는 졸려서 잘 못들었고;; 그 다음 발표로 클리스비(N. Clisby)가 제길 비켜걷기(self-avoiding walk; SAW)의 몬테카를로 시늉내기를 빠르게 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회전축 알고리즘(pivot algorithm)을 변형한 것 같은데 기존 방법들의 계산복잡성은 N의 거듭제곱 꼴이었는데, 발표자가 소개한 방법은 log N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음 동시세션을 들어갔습니다. 주제11(학제간 주제)은 만테냐(R.N. Mantegna)의 발표로 시작했습니다. 이종연결망(bipartite network) 중 배우-영화 연결망에 대한 새로운 분석방법을 제시합니다. 두 영화 사이의 가중치를 단순히 두 영화에 같이 출연한 배우의 숫자로 주는 대신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들이 우연히 그렇게 될 확률을 계산한 후 이 확률에 대한 문턱값으로 잘라내는 방법을 씁니다. 이때 문턱값을 두 가지를 쓰는데, 하나는 본페로니(Bonferroni)이고 다른 하나는 FDR이라는데 무슨 말의 약자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이외에도 뉴만이 제시한 방법도 있는데, 여튼 이런 식으로 새로 구성된 연결망은 기존 방법으로 만든 것보다 모듈 구조를 더 잘 보여준다고 합니다. 특히 IMDB의 배우-영화 자료에 적용하면 아시아 영화들과 아메리카 영화들 사이의 경향 차이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김범준 교수님은 기존 교통모형에 운전자의 낙관적 자세/방어적 자세를 도입하여 교통흐름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여주셨습니다. 다음으로 루즈(M.G.E. Luz)는 레비 비행으로 돌아다니면서 목적지를 찾는 모형에서 레비 비행의 조절변수인 지수 μ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패쓰. 다음으로 고등과학원의 엄재곤 박사와 카이스트의 김영도씨가 각각 발표했습니다. 이번 세션은 한국 세션으로 불러도 될만큼 한국 발표자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점심을 타이음식으로 때우고, 포스터 발표를 들으러 갔습니다. 카이스트 안상현, 위메아의 백승기 박사, 스페인의 빌로네, 이탈리아의 플루키노 등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빌로네는 '약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랜덤 연결망과 BA 연결망 위에서 돌리는데, 전략 업뎃을 세 가지 다른 버전으로 합니다. 복제자 방법(줄여서 REP)은 이웃중 하나를 골라서 자신보다 보수가 높으면 그 차이만큼의 확률로 전략(C,D)과 업뎃 방법을 전수받습니다. 따라하기 방법(UI)은 이웃중 가장 높은 보수를 가진 놈이 자신보다 높은 보수를 얻었으면 역시 그의 전략과 업뎃 방법을 전수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이 방법(ROD?)은 자신보다 보수가 높든 낮든 이웃들의 보수에 비례하는 확률로 아무나 선택하여 전략과 업뎃 방법을 전수받습니다. ROD와 UI만 놓고 시작하면 UI-C, ROD-D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집니다. 즉 게임 전략과 업뎃 전략의 공진화라고 부른다네요. 플루키노의 포스터도 재미있었는데 나중에 시간나면...;;;

오후 플레너리 세션은 실리베르토(S. Ciliberto)의 강연이었습니다. 비평형 요동에 관한 이론과 실험을 재는 연구를 발표했는데 요동정리(fluctuation theorem; FT, 왜 지금까지 '요동이론'이라고 했지?)를 소개하고 이 이론을 적용하고 실험으로 관찰/검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요동정리에 대해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그만큼 통계물리의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듣다보니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진스키 등식에 관해 제 블로그에도 쓴 적이 있는데 말그대로 방정식이 아니라 '(항)등식'입니다. 등식이므로 당연히 맞는 건 맞는데, 이를 실험으로 확인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뭔가 비평형 과정에 관한 근본적인 뭔가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고, 그걸 발표하는 분들도 그 의미를 콕 집어서 말해주지도 않는/못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동시세션은 주제11로 갔습니다. 일정표에는 바라바시 이름이 있는데 취소했다네요. 대신 주제11로 분류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젊은물리학자상을 받은 마렌두쪼(D. Marenduzzo)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중합체의 모양이나 동역학적 변화를 매듭이론과 연관지어 연구한 걸로 인정받아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주제11로 돌아와서 카스텔라노(C. Castellano)는 연결망에서 투표자모형(voter model)을 푸는데 기존의 균질짝어림(homogeneous pair approximation)의 약점을 극복한 비균질짝어림(heterogeneous pair approximation)을 도입하여 문제를 풀고 시늉내기 결과와 잘 맞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웡(K.Y.M. Wong)은 연결망에 자원의 샘(source)을 어떻게 잘 위치시켜야 거기 연결된 노드들이 최소비용으로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느냐하는 문제를 풉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연결망 위에서의 입지이론 같기도 하네요. 모형 설명이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과를 보면 샘의 설치비용이 낮을수록 여기저기 샘을 많이 만들면 좋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급격하게 변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기억이;;; 마지막 발표는 타카야스 부부(Misato & Hideki Takayasu) 중 부인이 했는데, 예전부터 이 부부가 금융시계열 분석의 방법론으로 제시해온 PUCK(발음하기가 조심스럽;;; 뭐의 약자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여튼 뭔가 포텐셜을 정의하면 이 포텐셜 모양에 따라 안정적인 시기와 불안정한 시기가 구분된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커피 마시며 잠시 쉬다가 다음 동시세션은 주제2(수리물리)를 들어갔습니다. 사실 거의 알아듣지 못하겠지 하고 들어갔고 실제로도... 무사르도(G. Mussardo)는 "통계모형에서 적분가능성과 그 깨짐"에 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사실 '적분가능성'은 고전역학에서 배운 것 같은데, 이 발표에서 말하는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니 그게 그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등각장론을 변형(deform)시킬 수 있는데 두 개의 항을 덧붙이는데 하나씩만 쓰면 적분가능하지만 둘 모두를 고려하면 적분이 불가능해지고 이때 이걸 푸는 방법으로 건드림 이론도 쓰고 블라블라였습니다. 에너지 수준의 분포가 적분가능할 때는 지수함수 꼴인데 불가능할 때는 GOE 모양이다... 블라블라.

다음은 구트만(A. Guttmann)의 격자그린함수(lattice Green function; LGF)에 관한 발표였습니다. 원점에서 출발한 마구걷개가 시간 t 후에 어떤 위치에 있을 확률을 계산하는 문제인데요, 통계장론을 공부한다고 봤던 책의 맨 앞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게 있는데 그래서 기억이 나서 뭘 하려고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만 역시 조금 더 들어가니 뭔 소린지;;; 2차원의 해답은 초기하 함수로 주어지고, 3차원일 때는 완전타원함수의 제곱 꼴, 4차원이면 칼라비-야우 미분방정식(ODE)을 풀어야 한다는군요.

이 발표가 끝나자마자 바로 옆방(주제10; 생물자료의 통계적 모형화)으로 옮겨서 키닌먼쓰(Kininmonth)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분은 호주해양과학연구소 소속인데 호주 동북해안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자입니다. 동북해안의 산호들의 유전적 관계를 연결망 모형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그 해류를 시늉내기하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발표자인 트림퍼(S. Trimper)는 1차원에서 SIR 모형에 대한 정확한 해를 풀었습니다. 이 해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포함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저녁은 아는 교수님께서 스테이크(1인분 350g, 2만원 정도)를 사주셔서 배가 터지도록 잘 먹었습니다. 바로 옆 바닷가에 가서 바람도 쐬고 생태도 관찰하다 숙소에 들어왔네요. 내일은 역시 발표도 듣고 (하필 마지막날!) 제 포스터 발표도 하고 마지막에는 2013년 제25회 국제통계물리학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발표를 들으며 학회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