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가 씁니다. 지난주 목-토 3일 동안 스톡홀름 알바노바 센터에서 열린 '연결망이론 적용 컨퍼런스(Conference on Applications of Network Theory)'에 다녀왔습니다. 순서대로 기억나는대로만 정리합니다.

목요일 오전 등록을 마치고 들은 첫 발표는 벨기에 루뱅대학의 블론델 교수가 했습니다. 이 발표를 얘기하기 전에 연결망이론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무리 찾기(community detection)'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무리 찾기란, 노드와 링크로 이루어진 연결망에서 (주로) 노드 전체를 여러 무리로 구분하되 각 무리 안의 노드 사이의 링크는 많고(또는 그 밀도가 높고) 무리 사이의 링크는 적게(또는 그 밀도가 낮게) 구분하는 방법을 가리킵니다. 자료 군집(data clustering)을 연결망에 적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벌써(?) 포르투나토가 쓴 리뷰 논문이 나오기도 했죠. 여튼 다양한 무리 찾기 알고리즘이 제시되었는데 2008년에 블론델 그룹에서도 탐욕스러운(greedy) 방법을 제시했고 그것도 발표 내용의 일부였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그룹의 사라마끼 박사는 우리 그룹에서 해온 일을 모아서 발표했습니다. '우리'라고 했지만 제가 직접 이분과 같이 일한 적은 없네요. 핸드폰 통화 연결망이 그라노베터 형태의 무리 구조임을 예전에 보였고 여기서 정보의 확산이 무리 사이의 약한 연결과 사건의 폭발성(burst)에 의해 어떻게 느려지는지 등을 소개했습니다.

람비오트 박사는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캐릭터 사이의 협력/적대 관계에 관한 실증연구를 통해 협력 관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거듭제곱 분포가 적대 관계에서 보인다는 발표를 합니다. 이를테면 각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를 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한 번 찍히면 계속 찍혀서;;; 왕따가 나온다는 말이죠.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연결망분석을 보여주는데 이 '왕따 현상'이 제 기억에 남네요.

점심을 맛있게 먹고 포스터를 붙이고 제 포스터에 관심을 보이던 키 큰 여학생(학생이었나?;; 저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키가 컸음;;;)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예전만큼 열정(?)이 없어서 다른 포스터는 구경을 하는둥 마는둥 했네요.

오후 첫 발표는 단백질 연결망에 베이지안 통계를 적용하여 단백질의 기능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 연구였는데 생물에 약해서 멍~했습니다. 다음으로 닐스보어연구소의 '생명모형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의 센터에서 온 베르나릇슨 박사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뭘 하겠다는 건지 알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안남;;; 다음으로 미국 북동대의 안용렬 박사가 요리재료 사이의 궁합(pairing)에 관한 연결망 분석을 통해 동서양 음식문화의 차이와 그 원리에 대한 맛있는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고려대 고광일 교수께서 세계 경제 블록 연결망 분석을 통해 각 국의 위기가 어떻게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발표하셨습니다.

커피를 마신 후, 심리언어학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라멘쪼니 박사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가만히 있기'라는 과제를 피험자에게 주고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측정하여 그 복잡성을 분석한 연구였습니다. 특히 혼자 서 있을 때와 두 사람이 협조해야 하는 과제를 주었을 때 협조/조정을 통해 움직임의 복잡성이 줄어든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정 과제에서는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조를 이루게 하기도 하는 등 재미있더군요. 얼핏 상대에 대한 관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듯 합니다.

북서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부르(Buhr) 박사는 대학생들의 이메일 연결망 분석을 통해 얻은 자료와 이 대학생들이 졸업후 학교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기부했는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표했습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잘 연결되어 있을수록 금액이 줄어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관계가 너무 안 바뀌거나 너무 많이 바뀔수록 기부금액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연결망에서 겹침(overlap)이라는 양을 정의해서 쓰는데 부르 박사는 시간에 따른 겹침을 정의해서 쓰더군요. 여튼 이 정의를 처음에 헷갈려서 정작 중요한 해석에 대해서는 잘 듣지 못했네요.
 
첫날 마지막 발표는 스톡홀름대학의 릴예로스 교수의 인간 섹스연결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섹스연결망에서 이웃수(즉 파트너수) 분포가 거듭제곱분포임을 2000년대 초반에 보여서 (적어도 저에게) 유명해진 분인데요, 이번에는 성전염병에 대한 실제 및 모형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세 종류의 패턴을 생각해보자고 했는데요. 첫째, 무슨 왕처럼 한 왕비와 오래 관계를 갖고 죽이는 경우;;; 성병이 전염되기 힘들다고 하고요. 둘째, 동시에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갖되 각 파트너와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전염되기 힘들다고 하는데 직관적으로 모르겠고 또 누가 제 의문을 질문했는데 아마도 세번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염가능성이 적은 듯 합니다. 세째는 일처다부, 일부다처처럼 여러명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는 경우입니다.

그리고나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대충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지는... 일단 쉬고 다음 글에서 이후 발표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