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글 쓰고나서 좀 쉬었는데도 힘드네요. 셋째날이자 마지막날 시작합니다. 아침 첫 발표는 복잡계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그로스 박사가 공진화 연결망에서 눈치우기(snowdrift) 게임을 돌렸을 때 나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각 행위자가 기여하는 정도의 총량이 모두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게임에 포함된 이익과 비용의 함수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로 보입니다.

아베이로대학의 도로고프체프 교수는 그전까지 불연속 상전이로 알려진 '폭발적 스미기(explosive percolation)'를 으뜸 방정식을 세워서 잘 풀면 불연속 상전이가 아니라 질서변수의 임계지수가 매우 낮아서 불연속으로 보이지만 실은 연속인 상전이라는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때 임계지수는 0.05쯤이라고 하더군요.

카따냐대학의 시나트라(박사과정 학생)는 기호열로부터 동인(motif)을 정의하는데 연결망에서 쓰는 거랑은 달라보였습니다. 여튼 글에서 자주 나오는 핵심 낱말을 동인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낱말들이 다른 낱말들과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가를 연구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안들었더니;;;) 같은 그룹의 니코샤 박사는 비중이 있는 연결망(즉 각 링크에 비중이 부여됨)에서 중심성을 제어하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성균관대학의 김범준 교수께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두 연결망의 각 노드가 구라모토 떨개일 때 동기화 상전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최근에 종종 나오는 이런 '상호의존 연결망(interdependent network)'은 사실 제가 박사 1년차 때 시작한 '두겹 연결망(two-layer network)' 위의 전염병 확산/예방에 관한 모형 연구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시초인 것 같은데;;; 물론 연구의 질이나 출판 타이밍 모두 그리 좋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요. 사실 아이디어야 누구나 낼 수 있는 거고 얼마나 제대로 잘 연구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합니다.

점심 먹고 세 개의 발표가 더 있었는데 우리랩 사람들은 헬싱키행 배를 타러 가야해서 하나만 듣고 나왔습니다. 웁살라대학의 느가이 박사는 핸드폰 사용자들이 공원에서 움직이면서 각 경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할 때 자료저장소를 어디에 얼마나 설치해야 가능한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를 풉니다. 여기서 제약조건은 자료저장수의 개수로 하더군요. 핸드폰 자료를 분석하다보니 혹시나 뭔가 관련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좀 달랐습니다.

정말 끝.

전체적인 소감은 모두들 참 열심히 잘들 연구하는구나. 난 뭐했지?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보다도 애정이 계속 식어서 늘 하던 질문,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라고 스스로 묻기도 했고요. 끊임없이 사회과학에 대해 갈망하면서 실제로는 게을러서 방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여전히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게 아닐까 하기도 합니다. 능력의 문제인지 노력의 문제인지 열정의 문제인지 분야의 문제인지 성격의 문제인지 다 헷갈리네요.

여전히 결론은 없고, 아직 방황을 멈출 때가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