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이 개발한 양자역학의 경로 적분 방법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시간에 따라 시스템이 변화할 때 가능한 모든 경로를 따라간다는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시간 t를 온도의 역수인 β에 -i (i는 허수단위)를 곱해준 것으로 바꾸면 곧바로 분배함수로 이어진다.

분배함수란 통계역학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개념인데,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상태에 대해 시스템이 그 상태에 있을 확률을 더한 것이다. (이때 확률들은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데 사실 분배함수가 그 규격화 상수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모든 상태에 대한 합'이라는 말이고 이것이 '가능한 모든 경로에 대한 합'이라는 경로 적분의 개념과 연결된다. 단지 수학적인 유사성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인 함의를 갖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는 비평형열역학에서도 한 평형상태에서 다른 평형상태로 시스템을 변화시킬 때 평형/가역과정뿐만 아니라 비평형/비가역과정을 따라가도 일정한 등식(Jarzynski equality)을 만족시킨다는 이론이 있다. 비평형과정과 평형과정의 합집합은 곧 '가능한 모든 과정(경로)'이다. 이런 쪽으로도 연관지어 연구해볼 수 있겠다.

양자역학에서 경로 적분은 확실히 맞는 것이지만, 고전통계역학에서는 에르고딕 가정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짚어야할 것 같다. 에르고딕 가정의 성립 조건이 하워드 리 교수에 의해 연구되어왔고 에르고딕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앙상블 평균을 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얻은 양과 다르므로 물리 이론을 세우는데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분배함수와 연관지으면, '가능한 모든 상태'에 대한 합은 시스템이 잘 정의되면 구할 수 있지만, 실제 시스템이 가능한 모든 상태를 거쳐가리라는 보장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제들을 관통하는 개념은 바로 '확률/통계'다. 양자역학이나 통계역학이나 확률이라는 기본적인 개념 위에 서 있으므로 확률/통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