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

예전에도 BBS, 웹게시판, 블로그로 이어지는 나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글쓰기 연습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보겠다.

90년대 중반에 대학에 들어가서 BBS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는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로 동아리 게시판에 글을 쓰다가 나만의 게시판을 신청해서 운영하기도 했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목적이 주된 것이었다. 그러다 학내 포탈 BBS에 진출(?)하여 주로 시사게시판에서 환경사안을 중심으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원래 소심해서 싸움 자체를 피하는 편인데,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열심히 키워질을 했다.

역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다른 의견과 부딪히고 이겨내고 내 의견을 수정하는 과정이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전공(물리)이면 전공, 시사면 시사, 철학이면 철학 등 온갖 주제에 대해 동아리 친구들과 열심히 토론했던 것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하고 친구, 지인뿐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들과 글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들... 그러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든 게 2004년이었고 몇년을 쓰다가 정리하고 2007년 3월 티스토리로 옮겨서 벌써 거의 5년째 쓰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내 속내를 다 드러내고 고민을 털어놓고 공부한 것도 정리하고 그랬는데, 인터넷이 무섭다는 걸 깨닫고나서 티스토리에서는 비교적(?) 조신하게 지내고 있다.

이 블로그로 옮기던 시점부터 통계물리와 그외 관심사들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이 블로그에 이런저런 공부내용을 정리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다시 봐도 내가 이렇게 많은 글을 썼나 싶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도 정리하다보면 그 빈틈이 보이고 그걸 메꾸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릴 때도 많았다.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쌓여 기초실력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2. 생각하기

사실 글이나 말로 토론하는 건 모두 생각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잘;;;; 하면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게 아니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걸 나름의 방식으로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정리하고 나면 비어 있는 구석이 보이고 앞으로 나아갈 바가 보인다. 그럼 채울 건 채우고 나아갈 건 나아가면 된다.

복잡해보이는 주제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물론 말은 쉬운데 여튼 이것도 경험을 통해 느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뻔하다면 뻔한 얘긴데, 여튼 난 주변의 좋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이런 연습을 해왔다. 이건 과학을 공부하던 뭘 공부하던 필요한 연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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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떤 분의 질문과 방명록에 어떤 분이 비밀로 남겨주신 질문이 연관되어 하나의 글로 정리해보았다. 이게 그 '느낌'이라는 게 역시 말로 쉽게 풀어써지지가 않지만 일단 손가락으로 저 하늘 어딘가를 가리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