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제곱 법칙을 찾아서" 1편에 이어 2편을 쓰려다가 일단 줄거리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주인공이 거듭제곱 분포의 창시자 또는 최초 발견자가 되어 자신의 학파를 세우는 이야기로 갈지, 아니면 이미 그런 학파들이 있고 거기에 참여하는 이야기로 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이미 여러 학파가 세워져서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 전체적인 구도를 그려볼 수 있겠다. 일단 분포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각 분포를 신봉하는 학파들을 생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얇은 꼬리 학파와 두꺼운 꼬리 학파의 대결구도. 물론 이런 구분법은 두꺼운 꼬리 학파가 붙인 이름이다. 얇은 꼬리 학파는 꼬리보다는 몸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보기에 두꺼운 꼬리는 예욋값 즉 비정상으로 비춰질 뿐이다. 

얇은 꼬리 학파의 중심에는 정규분포 분파가 있는데 이들은 강력한 중심극한정리(CLT)라는 무기를 이용해 다양한 분파를 통일시킨 장본인이다. 물론 지수분포 분파를 비롯한 다른 분파들 역시 비교적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얇은 꼬리 학파 내에서 협조하는 분위기다.

두꺼운 꼬리 학파는 말 그대로 두꺼운 꼬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정규분포로 기술될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또 하나의 커다란 학파를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가장 논쟁적인 그룹이다. 이들보다 덜 논쟁의 대상이 되는 분파로는 로그정규분포 분파가 있다. 사실 로그정규분포는 정규분포의 친척쯤 되는데 이 두 분파는 은밀히 내통해왔으며 이들의 암호체계는 '로그변환'이라 불린다.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이런 로그정규분포 분파를 못마땅하게 여겨 사사건건 시비를 걸곤 하는데, 로그정규분포 분파 역시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펼쳐진 지수함수 분포 분파 등 소수파들도 있다.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보편성이라는 견고한 성을 짓고 번영해왔다. 물론 정규분포 분파나 로그정규분포 분파 역시 CLT에 기반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카리스마가 거듭제곱 분포의 보편성에 미치지 못한다. 거듭제곱 분포의 보편성은 거듭제곱 지수라는 강력한 상징체계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2차원 방향성 있는 모래더미" 클래스의 보편성에서 사태 크기 분포의 거듭제곱 지수는 4/3인데 이 값은 이 클래스에 속한 모든 구성원의 가장 중요한 행동규칙들을 대변하는 값이다.

이미 '클래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보편성은 단 하나만 있지 않다. 각 보편성은 "가장 중요한 행동규칙들의 집합"에 따라 나뉘는데 처음 액체-기체 상전이 클래스, 이징 클래스(Ising class) 등이 생긴 이래 계속해서 새로운 클래스들이 가지쳐 나오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했다. 즉 매우 복잡한 역사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대내외적으로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듭제곱 분포 분파의 각 보편성을 차지한 클래스들은 적어도 각 성 안에서는 평화로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여러겹쪽거리(multi-fractality)라는 변종 분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들은 하나의 클래스가 하나의 거듭제곱 지수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지수의 다양성에 대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권위적인 기존 체계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곧 상대적으로 순수한 분파들의 반감을 샀고, 이들이 힘을 모아 여러겹쪽거리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거듭제곱 분포 분파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얇은 꼬리에 의한 절단(cutoff) 현상이다. 특정한 규모로 기술되는 얇은 꼬리 학파와 달리 두꺼운 꼬리 학파 중에서도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특정한 규모가 없는(scale-free), 즉 무한히 많은 규모를 갖는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이상주의일 뿐이며 현실 세계에서는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무한히 많은 규모를 가질 수 없다. 이런 약점을 인지한 얇은 꼬리 학파는 거듭제곱 분포 분파의 두꺼운 꼬리를 늘 절단해왔던 것이다. 거듭제곱 분포 분파는 여기에 '유한 크기 눈금잡기(FSS)'라는 이름을 붙여 대응해왔다.

대충 이런 줄거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언제쯤 제대로 된 글을 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