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바라바시의 책 <버스트>를 읽다가 메모를 하나 남긴 적이 있다. 바라바시에 따르면, 거듭제곱 법칙 또는 거듭제곱 분포의 핵심은 "큰 사건(예욋값)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이라면 더이상 예외가 아니다. 이런 흐름으로 좀더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거듭제곱 분포를 보자. 흔히 '두꺼운 꼬리'를 가진 분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거듭제곱 분포에서 몸통과 꼬리는 구분되지 않는다. 중심과 주변이 구분되지 않고, 정상과 비정상 또는 예외가 구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거듭제곱 분포를 이런 식으로 구분지으려는 모든 시도는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거듭제곱 법칙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척도 없음(scale-free)'이라는 표현을 보자. 이는 특정한 척도나 규모가 없다는 말이고, 모든 규모의 현상이 모두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걸 '특정한 규모'라는 칼로 잘라내어 몸통과 꼬리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럼 왜 특정한 규모가 없나.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설명은 이 모든 규모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이유/원인만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규모의 현상에 서로 다른 원인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모래더미 모형에서 모래사태의 크기가 1이든 100이든 10000이든 모두 단 한 알의 모래알이 일으킨 연쇄작용의 결과다. 마치 뉴턴이 지상의 물리법칙과 천상의 물리법칙이 다르지 않음을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그래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이겠지.


그럼 그걸로 끝인가? 거듭제곱 분포가 '좋은 일'에 대한 것이라면 조금 좋으나 많이 좋으나 다 좋겠지만, 나쁜 일도 거듭제곱 분포를 보여준다는 문제(?)가 있다. 전쟁에서 죽는 사상자 수의 분포라든지. 그리고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예로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상상할 수 없는 부를 쌓은 부자들이 예외가 아니라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들이라고?


뭐 이 얘기도 여러번 해서 식상하긴 한데, '양의 되먹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해서 이를 고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도 '양의 되먹임'에 관련된 여러 요인들 중 어떤 게 중요한 요인이고 어떤 게 그렇지 않은지, 중요한 요인 중 비교적 고치기 쉬운 게 뭐고 뭐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 즉 어떤 요인은 아무리 바꿔봐야 거시적 패턴이 꿈쩍도 하지 않지만 어떤 건 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