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것은 사라지고야 마는가? 모든 신호에는 노이즈가 끼어 더럽혀지고, 모든 상관은 시공간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줄어들며, 모든 얽힘은 언젠가 풀리고야 만다. 이렇게 모든 상관을 파괴하는 힘은 무엇일까?


엄청나게 큰 자유도때문에 결코 제어할 수 없는 미시적 무질서의 에너지. 거시적 질서로 나타난 우리는 이런 미시적 무질서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한다. 오히려 거시적 질서라는 게 너무나 우연적이고 일시적이며 지속될 수 없다. 애초에 이런 거시적 인식이 없다면 미시적 무질서를 무질서라 부르지도 않겠지.


그러고보면 문제는 무질서와 질서의 대립이 아니라 미시와 거시의 대립(?)에 있는 것 같다. 마치 뉴런 하나하나를 인식하고자 하는 뇌의 조직화된 활동 같은 상황이랄까. 무의식의 바다에서 잠시 떠오른 의식의 작은 섬에 서서 바다를 이루는 물분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형국. 그것은 공포일까.


지금 내 눈앞의 연구실벽, 그 위의 나뭇가지 그림자가 흔들린다. 고개를 돌리면 나뭇가지가 보이고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에 의해 흔들린다. 나뭇가지와 공기를 이루는 입자들과 거기에 반사된 빛을 인식하는 내 두 눈과 이를 '흔들린다'는 정보로 바꿔주는 뇌활동과 이걸 다시 떠올려서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는 손가락들...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