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KBS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에서 다음 두 편의 방송을 볼 수 있다.


+ 빅 데이터(Big Data), 세상을 바꾸다 - 2012년 1월 31일 방송 [링크]

+ 빅데이터, 비지니스를 바꾸다 - 2012년 9월 11일 방송 [링크]


어제 '비지니스' 편을 먼저 봤는데, 너무 돈 버는 얘기만 되풀이해서 별로 영양가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오늘 본 '세상' 편의 내용이 더 충실한 것 같은데, 여전히 왜 그냥 데이터도 아니고 빅데이터인가에 관한 고민이 부족하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이를 응용하는 일은 최근에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실험과 관찰에 기반한 근대 과학이 다 데이터 과학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위 방송에서 제시된 몇몇 예들에는 굳이 '빅데이터'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그보다 먼저 그냥 데이터랑 빅데이터랑 과연 다른가 하는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한다. 빅데이터라고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기존 학문이나 방법론과 연속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양적 차이일 뿐인가, 아니면 질적 차이인가? 사실 이런 얘기는 이미 누군가 먼저 했을 법한데 나도 최근에서야 좀더 진지하게 관심이 생겨서 잘 모른다;;


양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현재 저장된 데이터양이 제타바이트 단위에 이르렀다는 것만 봐도 분명하다. 물론 그런 데이터를 모으고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빠르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질적 차이의 논거가 될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질적 차이일까?


시간규모라는 말로 생각해보자. 오늘 당장 내일 날씨를 예상해야 하는데 컴퓨터가 느려서 이를 예상하는데 1주일이 걸린다면 예상이 맞았더라도 쓸모 없게 될 것이다. 즉 예상이 의미 있게 되는 시간규모와 실제로 예상에 필요한 시간규모 중 어느 쪽이 크냐의 문제가 된다. 예상을 더 정확히 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계산하는 능력이 매우 발달하여 이 부등호가 바뀔 정도라면 질적 차이가 이루어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빅데이터 시대라고 해도 분야에 따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아직도 갈 길이 먼 경우도 있고 정말 빠르게 변화하여 이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양상 모두 '빅데이터'라는 말이 없을 때도 다 있던 거 아니었나?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발이 더 넓고 정보를 더 잘 모으고 눈치가 더 빠르지 않았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빠른 정보수집+계산능력에 의해 새로운 필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새로운 필요의 새로운 시간규모와 또 이를 가능하게 할 수집+계산능력의 새로운 시간규모... 이러한 시간규모 사이의 경쟁 또는 진화... 


다른 한편, 데이터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다시 말해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잘 이용해야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와 분석이 문제는 아닐까. 결국 <공각기동대 스탠드얼론컴플렉스>의 쿠제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더 많은 데이터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역효과만 날까.


오늘은 여기까지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