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카테고리임에도 '끄적'이라는 말이 편해서 제목으로 써버렸다. 연구에 관련된 잡담이다.


요즘 들어 마음이 급해졌다고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조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곤 한다. 조급해 하지 않는다고 일을 일부러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내게 맞는 속도가 있고 거기 맞추는 게 제일 좋다.고 쓰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정말 그럴까?;;;


하여간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공동연구자와 얘기를 하다보니 계획이 대폭(?) 수정되었다. 이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다시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잘 정의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가 다루는 실제 연결망을 아주 간단한 규칙을 통해 재현하려는 모형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러다 모형의 변수로 쓰이는 양이 실제로 얼마인지 보다가 흥미로운 결과를 봤다. 하는 김에 데이터 분석을 더 해봤는데 결국 그 모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위주로 가기로 한 것이었다.


덕분에 다양한 각도에서 실제 연결망을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현실이 대개 그렇듯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이해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생각을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앞뒤가 맞도록 빈틈을 채워놓았다. 그런데 여전히 왜 이 연구를 하는지, 즉 우리가 대답하려고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 대답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다시 뺄 건 빼고 나눌 건 나누다보니 질문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런데 찾아보면 이런 질문을 우리가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만든 질문을 정면으로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는 못봤다. (사실 문헌조사를 아직 충분히 하지 않았음;;) 명확해진 질문에 답을 하다보니 출발점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얼핏 지금까지 결과만으로도 논문은 될텐데...하는 알량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논문의 양이 아니라 질을 중요시한다면 지금까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더 크게 보고 가야 한다. 하여간 질문은 명쾌해졌으나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관해 여전히 핵심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이걸 풀려고 계속 고민하고 공동연구자와 토론을 하는 중이다. 다행히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날마다 조금씩 더 잘 이해하고 있으니 시간이 더 흐르면 더 분명해질 거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