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얘기가 샜다. 이것도 내 습관인데, 어떤 현상을 마주했을 때 그 현상의 본질을 찾으려고 파고들다보면 현상은 어느새 잊혀지고 늘 같은 추상적인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한편으로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시 좀 힘을 빼고 얘기를 해보자. (과연...)


연구 동기를 두 가지로 나누자면, 개인적 만족과 사회적 기여다. 물론 사회적 기여를 통해 만족을 얻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 기여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는 거고, 이게 아마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언제나 균형이 중요하다. 그런데 균형이 중요하다는 건 모법답안일 뿐 사실 정해진 답이라는 게 애초에 없지 않을까 한다.


좀 다른 경우로, 개인적 만족도 사회적 기여도 아닌 사회적 적응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영향력 있는 인맥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므로 뭐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난 전혀 그런 경우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하여간 요즘엔 이런 부분에서 당당한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나에겐 개인적 만족이 중요했고 여전히 이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지만, 남의 돈 받아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사회적 기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구에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좋은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도 자신이 한 연구가 어떻게 중요하고 어떻게 이 학문에 기여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걸 한 단계 확장하면 정부나 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사회적 기여 부분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내가 직접 연구비를 따올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사실 필요가 없었다. 또한 내가 하는 연구는 여전히 기초과학 또는 순수과학이기에 사회적 기여를 '의식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적다. 어쨌든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연구를 하고 이를 논문으로 남기고 그게 또 이후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에 개인적 만족을 추구하기만 해도 된다는 말이다.


또 얘기가 샜고, 또 흐름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