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연결망학회가 끝나고 주말을 편하게 보낸 후에 스웨덴 말뫼의 횔비켄이라는 시골동네에 연결망공장(Network Factory)을 참가하러 왔다. 대학원생과 '이른(early)' 포닥을 위한 학회라서 '늦은' 포닥으로서 와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거 신청을 할 당시가 논문을 마무리한 후 바람을 쐬러 어디로든 가고 싶던 때여서 고민을 좀 하다가 가기로 마음 먹고 신청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놀러온 것이다;;;


놀러왔다고 놀멘놀멘 하지는 않았다. 학회장소 겸 숙소에 도착해서 일정표를 보니 아침 8시에 시작한다고 하여 잠시 긴장하기도 했으나, 첫날부터 8시 반으로 늦춰졌고 매일 5분 정도씩 늦어지다가 오늘은 9시에 시작을 했다. 오늘은 좀 특별한 경우인데 어제 말뫼 시내에 나가서 다함께 해산물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맥주도 한잔씩 하고 자정에 버스를 타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잡소리는 그만하고;;; 이번 학회에서 두어가지 느꼈는데, 그걸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학회에 가서 발표를 들으면 어떻게 저런 연구질문을 찾았을까,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견고한가에서 시작하여 때론, 걍 대충 손에 잡히는 데이터 분석해서 깊은 이해 없이 결과를 내놓은 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런 학교(school) 형태의 학회에서 어떤 흐름 위에서 저런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듣고 문제의식을 더 자세히 듣다보니 역시 유명한 사람들이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구나 싶다. 물론 여전히 비판할 지점은 있다.


여기에 늘 뒤따르는 질문은, "나는 어떻지?"... 앞에 '데이터와 나2'에도 썼지만, 데이터에 끌려다니다보니 연구질문을 제대로 설정하지도 않고 일단 데이터부터 만지기 시작한 나를 반성한다. 빨리빨리 실적을 내야 다음 자리를 구할 수 있는 포닥을 한다는 핑계를 대왔지만, 역시나 핑계일 뿐이다. 그럼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 한가한데 여행이라도 다니며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응?) 농담이 아니라 정말 조용히 사색할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내일 이 학회가 끝나고 핀란드로 돌아가면 한국에 가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는다. 그동안 뭘 할까 잠시 고개를 돌리고 생각해보니... 하던 거나 빨리 마무리하자는 결론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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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나. 동어반복일 뿐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정리가 되지 않는다. 배도 고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