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엔 마틴 바이쯔만 교수가 2011년 <리뷰오브인바이런먼털이코노믹스앤드팔러시>(한국말로 옮기자면 '환경경제학및정책평론')에 출판한 "파국적 기후변화 경제학에서 두꺼운 꼬리를 갖는 불확실성"이라는 논문을 읽었다. 20쪽에 달하는 논문을 내멋대로 한줄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온실기체에 의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경제적으로 평가할 때 관여하는 수많은 불확실성에 의해 전체 불확실성은 두꺼운 꼬리 분포로 표현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비용편익분석(BCA)이 필요하다."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로 낮지는 않다. 더욱이 드물게 발생하는 커다란 사건들에 의한 피해는 자주 발생하는 작은 사건들에 의한 피해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확률분포에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는 확률이 줄어드는 속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속도가 경쟁하는데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그 분포의 꼬리가 얼마나 두껍냐로 판가름날 수 있다.


글쓴이는 기존의 "기후변화의 표준 BCA"가 이런 파국적인 결과를 모형화할 때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보이기 위해 우선 다섯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1. 과거와 현재의 온실기체(GHG) 농도. 남극의 얼음 핵을 뚫어서 분석한 결과 지난 80만년 동안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에서 280 ppm 사이였으며 300 ppm을 넘긴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농도는 390 ppm을 넘었으며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런 증가 속도 역시 전례 없이 빠르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일이 매우 불확실해진다. '표준' BCA는 이런 전례없는 충격을 거의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2. 기후변화반응의 불확실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AR4 2007)은 '균형기후민감성(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을 이산화탄소가 두배가 될 때 지구의 평균표면온도증가로 정의한다. 즉 온실기체 농도가 커질 때 기후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표면 온도증가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 민감성은 2도에서 4.5도 사이의 범위에 있고 1.5도보다 낮을 확률은 매우 낮다. 4.5도보다 큰 경우도 배제할 수 없지만 모형들과 잘 맞지는 않는다. 여기까지가 IPCC의 주장이다. 여기서 '모형들'과 민감성의 분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잘 몰라서 이해가 잘 되지는 않는다.


글쓴이는 여기서 4.5도보다 커질 확률을 민감성 분포가 정규분포일 때(N이라고 하자)와 파레토 분포(거듭제곱 분포; P라고 하자)일 때로 나누어 비교한다. 우선 민감성이 3도 이상일 확률을 50%로, 4.5도 이상일 확률을 15%로 고정하고 이 조건에 맞도록 N 분포와 P 분포의 맺음변수를 결정한다. 이제 이 두 분포로부터 민감성이 6도 이상일 확률을 얻을 수 있는데, N의 경우 0.02이고 P의 경우 0.06이다. P인 경우가 IPCC-AR4에 인용된 다른 22개의 기후민감성 분포들에서 얻어진 결과와 잘 맞는다고 한다.


3. 파국적 결과의 물리적 기반. 대부분의 일반순환모형들에서 빠져 있는 요인은 탄소주기의 나쁜 되먹임(bad feedback)의 장기적 효과다. 격리된 탄소가 열에 의해 방출되는 것 때문에 온난화가 자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데 바로 이런 요인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대륙붕의 수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앞바다에 비축된 메탄이 대기로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비축된 메탄의 양이 다른 모든 화석연료를 합친 양 정도 된다고 한다.


4. 극단적 기후변화의 피해. '표준' BCA에서는 극단적 기온변화에 의한 피해나 비효용(disutility)을 간단한 피해함수로 나타낸다. M(T) = αT^2 / (1 + αT^2) 기온이 T만큼 변할 때 산출에 대한 피해의 비율이 M이 된다. 노르드하우스가 작은 T 영역을 위해 이용한 α값을 그대로 쓰면, T가 10도일 때(즉 극단적인 경우) M은 겨우 19%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T가 클 때 이 함수는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이슈들을 몇가지 짚고 넘어가는데 패쓰.


5. 먼 미래를 할인하기.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자율을 어떻게 정할지도 문제다. '표준' BCA에서는 이자율을 상수로 취급하는데 이는 기후변화 같은 먼 미래의 사건의 현재 가치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편향시킬 수 있다.


정리하면, 온실기체의 방출의 불확실성, 여기에 영향을 미칠 정책과 정책수단의 불확실성, 온실기체가 탄소주기를 통해 쌓이는 것에 관한 불확실성, 이것이 언제 어떻게 지구적 평균기온 변화로 이어지는지에 관한 불확실성, 적절한 피해함수를 이용한 효용변화에 관한 불확실성, 미래의 지역적 효용변화가 합쳐져서 세계적 효용함수로 나타나고 어느 정도의 위험회피가 있을지에 관한 불확실성, 할인율에 관한 불확실성 등이 모두 결합되어 두꺼운 꼬리를 갖는 확률분포함수로 표현될 거라고 한다. 휴...


다음으로, 글쓴이가 주창(?)하는 암울정리(dismal theorem; DT)라는 이론적 틀에 관한 비판에 대한 답변/반론이 소개된다. 이를 위해 DT를 먼저 좀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잘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는 있더라.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 쓰고 이어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