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효용에 대한 비판에 대한 내 생각을 이전 글에도 간단히 썼지만,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경제학 또는 그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뻘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대효용을 비판하면서 나오는 켈리 조건 같은 얘기들이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닌 것 같다는 거고, 그래서 아직도 머리 한 구석에서 꿈틀대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 불확실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많이 쓰이는 방법은 확률분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확률분포가 알려져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이 확률분포를 P(z)라고 하자. 여기서 뽑은 z가 미래를 결정한다. 행위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데 그걸 변수 x로 표현하자. 행위자가 미래에 얻을 효용은 자신의 행동 x와 불확실한 상황 z의 함수, 즉 u(x,z)로 주어진다.


그럼 P(z)가 주어져 있을 때 미래의 u(x,z)를 최대로 만들 수 있는 x를 선택하는 문제를 푸는 거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일반적인(?) 답은 u(x,z)에 P(z)를 곱해서 z로 적분하여 기대효용을 얻은 후 이걸 최대화하는 x를 찾는 것이다. 다른 정보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외에 어떤 방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위 상황은 1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n회 게임으로 바꾸어보자. 그럼 확률분포가 변수가 n개인 함수가 된다. 이를테면, P(z_1,z_2,...,z_n)이라고 하자. 그에 따른 효용함수도 u(x_1,...,x_n,z_1,...,z_n)처럼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또 이 u에 이 P를 곱해서 가능한 모든 z들에 대해 적분해주면 기대효용을 얻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이외에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물론 문제를 조금 바꿔서 u의 평균이 아니라 분산을 최소화하는 걸 풀 수도 있고 다양한 확장 또는 일반화가 가능하다.


위의 n이 커질수록 P나 u가 복잡해지는 게 문제일 수는 있다. 그럼 위 방법론으로부터 적당한 어림(근사)을 통해 문제에 접근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건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면 P나 u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켈리 조건의 예에서는 P와 u가 모두 매우 단순한 형태임을 기억하자.


또 다른 문제라고 하면 과거의 기록을 알고 있고 거기에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P(z)보다 더 많은 정보(기억)를 갖는 경우다. 그럼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P(z)를 더 단순화하여 정말 불확실한 것만 남긴 다른 확률분포를 찾으면 된다. 그럼 미래가 완전히 확실하지 않은 이상 결국 P와 u라는 위의 기본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시 에르고딕 성질로 돌아가자. P(z)가 주어져 있을 때 이로부터 z를 n번 랜덤하게 뽑았다고 하자. 랜덤하게 뽑은 값들로 분포를 만든다고 할 때 n이 무한히 크면 그 분포는 P(z)가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게 에르고딕 성질이다. 물론 n이 유한하면 원래 분포인 P(z)와 같을 수 없다. 예를 들어, P(z)가 거듭제곱 분포였다면 이로부터 n번 z를 뽑아 만든 새 분포는 지수적 절단이 있는 거듭제곱 분포가 될 것이다. 이건 에르고딕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샘플 개수가 유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유한크기효과'다.


쓰다 보니 너무 당연해서 사실 뭘 더 써야할 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기대효용에 대한 비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