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이 블로그를 너무 오래(2497일) 써서 한번쯤 새로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다른 블로그를 만들어서 가끔 글을 쓰며 새로 시작하려고 해봤다. 그런데 이 블로그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새 블로그에 정을 붙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75일의 외도(?) 끝에 다시 돌아왔다. 물론 글을 얼마나 자주 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75일 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는데 글 제목에 썼듯이 논문 소식부터;;; 



링크를 따라 가면 논문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해석적으로/정확히 풀리는 모형(analytically solvable model)"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논문을 처음 써봤다. 예전부터 로망 중의 하나였지만 까먹고 있었다;;; 여튼 아래 그림을 보자.

5명 사이에서 정보가 퍼진다고 하자. 위 그림의 각 수평선은 각 사람의 시간에 따른 활성화 패턴을 나타낸다. 여기서 시간은 오른쪽 방향으로 흐른다. 각 수평선 위에 있는 짧은 수직선은 사람이 활성화되는 순간을 나타낸다. 한번 활성화되었다가 다음번 활성화될 때까지의 '사건 사이 시간'이 지수함수 분포가 아니면 각 사람의 활동성은 뿌아송 과정이 아니라서 제목에 '비뿌아송 과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튼 누구나 활성화될 때마다 아무나 잡아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정보를 가진 사람이 활성화되어 정보가 없는 사람을 붙잡았다면 정보가 전달된다는 규칙을 이용한다. 빨간 실선은 정보를 가진 상태, 녹색 점선은 정보가 없는 상태를 나타내며, 세로 화살표는 정보가 전달되었음을 뜻한다. 


처음에 단 한 명만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시간이 흐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전달받게 될 것인가?가 문제이며 다른 모든 조건을 최대한 단순화했을 때 위에 말한 사건 사이 시간의 분포만으로 모든 게 결정된다. 즉 사건 사이 시간 분포로부터 시간에 따른 정보를 가진 사람의 수를 해석적으로 구해낼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의 행동패턴은 뿌아송 과정처럼 랜덤하지 않은데, 그런 비뿌아송 과정에 의해 뿌아송 과정일 때보다 초기 정보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는 게 논문의 결론 중 하나다. 물론 뿌아송 과정과 비뿌아송 과정을 정정당당하게 비교하기 위해 사건 사이 시간의 평균과 최소값이 두 과정에 대해 모두 같도록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연히 사건 사이 시간의 평균과 최소값이 작은 경우일수록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평균과 최소값이 같도록 함으로써 비뿌아송인 경우의 최소값 근처의 사건 사이 시간이 뿌아송인 경우보다 많아져서 비뿌아송 과정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 사건 사이 시간 분포의 최소값을 명시적으로 두고 문제를 푸는 경우는 우리 연구가 처음이다. 정보의 초기 확산 속도에 최소값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만큼 명시적으로 다루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하여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제출했으나 편집자가 바로 게재거부를 해버림;;; 사실 논문을 급하게 쓰느라 우리 모형의 강점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논문이 왜 중요한지 잘 정리해서 다시 보냈고 심사위원들에게 보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다시 게재거부. 기존 연구에 비해 새로움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서 다시 고쳐서 <피지컬 리뷰 엑스(PRX)>로 보내서 결국 게재승인되었다.


이를 통해 배운 건,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함의를 갖는지 왜 중요한지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