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 소개를 하려고 생각만 하다가 못했던 이유는 글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과감히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사생활을 위해 이메일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 논문은 학회 프로시딩에 실린 것으로서 미국토목공학회(ASCE) 홈페이지(유료) 또는 아카이브(무료)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학회 홈페이지는 다음을 참고.


하여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토목공학회에 논문을 내봤는데 사정을 설명하자면 복잡하므로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그 사건을 본 며칠 후에 내 블로그에 잡상을 적었고 이걸 본 지인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공동연구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만해도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좀 모호한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또 오랫동안 묵혀두어야 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맥락적 폭발성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여기서 얻은 결과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통계적 분포를 공부하는데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마침 위에 말한 학회를 알게 되어서 저 학회를 목표로 연구를 했고 작년 9월 말에 논문을 마무리하여 제출했다. 올 봄에 게재 승인이 되었고 학회가 있던 3주 전에 온라인으로 출판되었다. 이제야 서론이 끝났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우리 논문은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이로 인한 재산(또는 인명) 피해는 어떠한가?하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재산 또는 부의 확률분포는 거듭제곱 분포를 따르며 공간적으로는 다음 그림처럼 여러 경우가 있다고 가정한다.



왼쪽 그림은 부가 공간적으로 랜덤하게 분포해 있다는 말이고, 오른쪽 그림은 중심에 부가 몰려서 분포한 상황이며 가운데 그림은 그 둘의 중간 정도로서 가장 현실적인 분포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분포되어 있는 재산이 토네이토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 토네이도는 랜덤한 자리에서 생겨서 랜덤한 방향을 하나 골라 직선운동을 한다고 가정한다. 이때 직선의 길이는 역시 거듭제곱 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한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재산이 피해를 입는데 어떤 비율로 피해를 입힐 거냐가 취약성으로 표현될 수 있다. 편의상 취약성은 재산이 많건 적건 모두 똑같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토네이도 하나에 의한 피해는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재산의 총합에 비례하게 된다. 재산도 거듭제곱 분포, 토네이도 세기(여기서는 길이)도 거듭제곱 분포면 이로 인한 피해 역시 거듭제곱 분포를 따른다. 이들 거듭제곱 분포는 세 개의 거듭제곱 지수로 기술할 수 있고, 이 세 지수 사이의 관계식을 구한 게 논문의 주요 결과다.


또한 이 관계식이 위 그림처럼 재산이 랜덤하게 분포한 경우부터 중심에 몰려 있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보았다. 랜덤 분포의 경우는 '맥락적 폭발성' 논문의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 중심에 몰린 분포의 경우는 새로 계산을 해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의 경우는 손으로 풀 수가 없어서 컴퓨터 시늉내기를 하여 결과를 얻었다. 뭐 자세한 결과는 논문을 보시면 된다;;;


도시화로 인해 위 그림의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변해간다고 할 때, 그게 대체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게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결론은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재산 분포의 꼬리가 비교적 두꺼운 경우 재산이 공간적으로 집중될수록 피해 분포의 꼬리는 살짝 가늘어지며 이는 분산이 줄어든다는 걸 뜻한다. 반대로 재산 분포의 꼬리가 비교적 가는 경우 재산이 공간적으로 집중될수록 피해 분포의 꼬리는 살짝 두꺼워진다. 


같은 확률분포함수로 기술되는 확률변수 여러 개를 더할 때 확률변수 개수가 커질수록 합의 확률분포가 더 요동칠지 아니면 평균 효과로 안정될지에 관한 얘기이기도 한데, 솔직히 이 이상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는 못한채 논문을 내서 좀 부끄럽다;;;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