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난 미팅은 일본의 국가정보학연구소(NII)가 주최하는 것으로서 독일의 닥스툴 세미나(Dagstuhl seminars)를 본딴 것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닥스툴 세미나는 교외의 고립된 곳에 개인적으로 초대받은 학자들을 모아서 1주일 정도 함께 숙박하며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에 내가 참여한 쇼난 미팅은 72번째 미팅이며 제목은 ‘복잡연결망 분석: 실증적 질문들을 위한 확장가능한 답들(Analytics on complex networks: scalable solutions for empirical questions)’이다. 이번 미팅은 2월 7일부터 1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쇼난 미팅이 열리는 장소는 요코하마 남쪽의 하야마라는 동네에 있는 쇼난 마을센터였다. 쇼난 마을은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마을센터에서는 다양한 학술행사가 열리는 것 같았다.


이번 미팅 참가자들은 유럽, 미국, 아시아에 거주하며 물리학, 수학, 전산학 분야에서 연결망을 연구해왔거나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다수가 전산학자들이었는데 그래서 전산 쪽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실은 전산학자들이 쓰는 개념과 용어와 그것들이 속한 맥락 등에 대해 무지하다보니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기도 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덕분에 새로운 걸 배우고 다른 관점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첫날은 별다른 행사가 없었고, 둘째날 오전에는 3명의 주최자가 각 분야의 연결망 연구의 현황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주최자는 각각 물리학/연결망 과학, 이론전산과학/응용수학,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일을 해왔는데, 물리학 연구자가 최신 연결망 연구 흐름으로 동적연결망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고, 덕분에 미팅 내내 동적연결망이 제기하는 다양한 도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참가자들도 각자 5분 정도씩 자신이 해온 일과 관심사에 대해 준비해서 발표했다.


전산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동적연결망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떤 형식으로 저장할 것인가,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고 쿼리(query)를 처리하는 수행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 동적연결망의 어떤 특징들이 중요하며 왜 그런가, 이를 어떻게 정량화할 것인가, 벤치마킹을 위한 틀은 무엇인가, 이 모든 처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등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런데 왜 하필 동적연결망인가, 이를테면 정적연결망이라는 틀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왜 굳이 동적연결망으로 확장하는가, 그로 인한 장점은 무엇인가, 데이터마이닝에서 동적연결망이 제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등.


나의 경우,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대개 이미 주어진 데이터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데이터로부터 다양한 패턴을 찾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양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런 양들을 재서 패턴을 발견하고 왜 그런 패턴이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수식을 써서 풀기도 하고 전산모형을 만들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한다. 이게 보통 나와 내 주변 연구자들이 하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위에 쓴대로 전산학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과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그럼에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주제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연결망의 각 특징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더 잘 이해하는 편인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주어진 특징을 갖는 다양한 모형을 만들고 해석하는 일을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전산학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연결망을 생성해서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제간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고 또 미팅도 식사도 주변 동네 유람도 편안히 즐기다 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