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7/10

'균형이론'으로 검색을 하니 equilibrium theory가 대부분이다. 물리학 용어대로 하자면 equilibrium은 평형(하긴 그게 그거다)으로 옮기고 balance가 균형인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오히려 '조화'라고 옮기는 것은 어떨지. 일단 균형이론(balance theory)이라고 부르자.

우선 와써만과 파우스트(Wasserman and Faust)의 <사회연결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1994) 6장 구조적 균형과 이행성(Structural Balance and Transitivity)을 보자. 삼각관계에서 셋 모두 친구라면 균형상태(balanced state)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는 셋 중 둘은 친구인데 나머지 하나가 이 둘과 적대적이라면 이 역시 균형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균형상태가 아닌 경우는 A와 B, B와 C는 친구인데 A와 C는 적대적인 경우이다. 또는 셋 모두 서로에 대해 적대적인 경우도 불균형상태(imbalanced state)에 있다고 한다. 이것이 하이더(Fritz Heider)의 인지균형(cognitive balance)에 관한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균형이론을 일반화한 것이 구조적 균형이며 구조적 균형상태에 있는 경우 사람들은 모두 한 그룹에 속하거나 또는 두 그룹으로 나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각 그룹에 속한 사람들끼리는 모두 친구이며 그룹 사이의 관계는 모두 적대적인 경우다. 어떤 연결망이 있다고 하자. 각 링크에는 (+) 또는 (-)라는 기호가 붙는다. 즉 두 노드가 친구이면 (+)를, 두 노드가 적대적이면 (-)를 부여하는 것이다. 연결망의 링크들로 이루어진 어떤 순환(cycle)을 생각하자. 순환이라 함은 한 노드에서 출발하여 링크를 따라 가다가 다시 자신으로 돌아올 때 그 링크들의 나열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링크들에 부여된 기호 중 (-)의 개수가 짝수인 경우 이 순환을 (+)라고 부른다. 기호가 (-)인 링크가 홀수개인 순환은 (-)가 된다. 이것은 마치 (-1)*(-1) = +1 인 것과 같으며 이를 대립 이중성 원리(principle of antithetical duality; 내가 우리말로 옮겨봤는데 정확한 번역어는 모름)라고 부른다. 그리고 연결망의 모든 순환이 모두 (+)인 경우 이 연결망은 균형이며 (-)인 순환이 하나라도 있으면 불균형 연결망이다.

해래리(Harary)는 연결망 이론을 이용하여 균형이론에 관한 정리를 제시했다.
Theorem 9.1 (Harary(1954)). A signed graph is balanced if and only if the vertices can be partitioned into two classes so that every edge joining vertices within a class is + and every edge joining vertices between classes is -.
- F.S. Roberts, Graph Theory and Its Applications to Problems of Society (1978), pp. 80
앞서 말한대로 구조적 균형을 이루는 연결망의 노드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며 각 그룹의 노드는 모두 친구이며 두 그룹 사이의 관계는 모두 적대적이라는 정리다.

물론 이 이론은 각 링크가 방향성을 갖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어떤 연결망이 '얼마나' 균형잡혀 있는가를 측정하는 값을 정의할 수도 있다. 연결망에 포함되어 있는 가능한 모든 순환의 개수를 TC라고 하고 그 순환들 중 기호가 (+)인 것들의 개수를 PC라고 하면, PC/TC가 균형지수(index for balance)로 정의된다.

완전연결망(complete graph; 모든 노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결망)의 경우 구조적 균형인 시스템은 두 개보다 많은 그룹으로 나뉠 수 없다. 구조적 균형인 연결망이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고 가정해보자. 각 그룹을 이루는 노드들은 모두 (+)인 링크로 이어져 있을 것이며, 각 그룹 사이의 링크는 모두 (-)일 것이다. 그런데 세 그룹에서 한 노드씩 골라서 이들 사이의 삼각형을 만들어보자. 세 노드 모두 다른 그룹에 있으므로 이 삼각형의 세 링크 모두 (-)일 것이므로 이 삼각형은 균형상태가 아니다. 이는 가정과 모순되므로 가능한 그룹의 수의 최대값은 2이다.

하지만 완전연결망이 아닌 경우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 노드들이 같은 그룹에 속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된다. 이로부터 뭉침가능성(clusterability; 역시 정확한 번역어는 모르겠다)이 정의된다. 뭉침가능한 연결망은 구조적 균형상태에서도 두 개보다 많은 개수의 그룹으로 나뉠 수 있다.

다음으로 균형이론을 물리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 논문을 소개한다. 보스톤 대학과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원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것으로 작년 Phys. Rev. E에 출판된 것이다. 제목은 "연결망에서 사회적 균형의 동역학(Dynamics of social balance on networks)"이다[각주:1].

이들이 제시한 모형은 2 가지인데 첫번째를 국소적 삼자 동역학(local triad dynamics; LTD)이라 부른다. 시각마다 삼각형 하나를 골라서 그것이 균형이면 내버려두고 불균형이면, 즉 삼각형의 세 링크 중 홀수개(1, 3)가 (-)이면 이들을 균형 삼각형으로 바꾸는 규칙이 적용된다. (-) 링크가 하나인 불균형 삼각형은 p의 확률로 (-) 링크가 0개인 것으로 바뀌고 1-p의 확률로 (-) 링크가 2개인 것으로 바뀐다. (-) 링크가 3개인 불균형 삼각형은 1의 확률로 (-) 링크가 2개인 균형 삼각형으로 바뀐다. 이 규칙을 계속 적용하면 p가 0.5보다 크거나 같을 때 '낙원(paradise)' 상태, 즉 모든 링크가 (+)인 경우로 끝나며, p가 0.5보다 작을 때는 (+) 링크의 밀도가 1이 아닌 일정한 값에 머문다.

두번째 모형은 제한된 삼자 동역학(constrained triad dynamics; CTD)이라 부른다. 여기서는 삼각형을 고르는 대신 링크를 아무거나 골라서 그 링크의 부호를 바꾸는 것이 불균형 삼각형의 수를 늘리지 않으면 바꾸고 늘리는 경우에는 부호를 그대로 두는 규칙을 적용한다. 당연히 이 연결망은 '낙원' 상태로 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낙원 상태뿐만 아니라 혼잡 상태(jammed state)로도 귀결된다. 혼잡 상태에서는 불균형 삼각형이 존재하지만 그 링크의 부호를 바꾸는 것이 불균형 삼각형의 수를 늘리기 때문에 부호를 바꿀 수 없어서 결국 그 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뭐 이런 연구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구를 소개하는 것도 역시 이번주에 발표할 내용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1. T. Antal, P.L. Krapivsky, and S. Redner, Phys. Rev. E 72, 036121 (200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