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념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글제목을 뭐라 써야할지 애매해서 저렇게 써버렸다. 우선 오늘은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오랜만에 상쾌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어제밤에 1시쯤 누우면서 "잠이 오지 않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안돼!"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더니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알람에 깬 것도 아니고 창밖의 비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원하게 내리더만. 날이 흐려서 불을 켜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를 마저 다 읽었다. 뉴턴의 고전적인 절대 시간, 절대 공간의 개념으로부터 상대론에 의한 '시공간', 끈이론 등을 통해 제기된 11차원 시공간과 더 나아가서 시공간의 근원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의 지난 100년은 참으로 스펙타클한 세기였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에 나오는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블랙홀의 부피가 아니라 표면적에 비례한다는 내용이 흥미로웠고, "중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특별한 양자이론은 한 차원 위의 공간에서 중력이 포함된 다른 양자이론으로 번역될 수 있다"(652쪽)는 홀로그래피 가설도 눈에 띄었다.

어떤 대상의 내부에 관한 정보를 모두 그 표면에서도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오래전에 기숙사 방에서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며 일기장에 끄적거렸던 '표면적 인간(Homo surfacus)'과도 통하는 것 같았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인식은 표면적이며 그 표면 뒤의 이면이나 깊이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없다는 얘기다. (블랙홀의 엔트로피나 홀로그램 가설과는 분명히 다른 얘기다.)

왜 표면적 인간인가. 인간의 물질적 실체는 피부를 통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지만, 그 구분도 명확하지만은 않은 것이 온몸에 뚫려 있는 크고 작은 구멍들을 통해 외부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식작용에 관해서만 보자면 신경세포가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표면(말단)으로부터 그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신경계는 분명히 내부와 외부를 구분짓는다.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것처럼 뇌를 직접 다른 시스템에 연결하는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내용은 모두 고쳐 써야 할 것이다. (갑자기 SF가 되어버린;;)

깊이를 간접적으로가 아니라 직접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내맘대로 '깊이지각능력'이라 이름붙였다. (원래 '부피지각능력'이라고 했는데 부피는 3차원만을 연상시켜서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꿨다.) 표면적 인간에게 깊이지각능력은 신적인 능력이므로 결코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깊이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존재를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런 존재는 이를테면 복소공간에서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깊이든 복소공간이든 우리의 현실(real) 세계보다 차원이 높다는 면에서 통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복소공간은 i^2 = -1이라는 조건이 더 붙는다.

상상의 나래는 이제 그만.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 해야할 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