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리, 특히 상전이(phase transition)와 임계현상을 공부하면서 예전부터 상전이의 원인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있었다. 상전이는 말 그대로 상이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분자들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그런데 그 상전이는 정확히 섭씨 100도에서 일어난다. 99.99...도에서는 액체이며 100.0...01도에서는 기체다. 0.00...01도의 차이로 액체에서 기체로 '갑자기' 변한다.

이 '갑자기'는 그냥 갑자기가 아니다. 시스템에 '양적 변화'가 아니라 '질적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다. 온도가 변하면 기체의 부피가 변하는데 그 시스템이 기체 상태를 유지한다면 온도에 따른 부피 변화는 양적 변화다. 하지만 온도가 어떤 특정한 값보다 낮아지면 단순히 양적 변화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즉 질적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를 물리적으로 또는 수학적으로 어떻게 기술/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최근의 연구로는 R. Franzosi와 M. Pettini의 2004년 PRL 논문을 들 수 있다. (더 최근의 연구가 있는지 또다른 맥락의 연구가 있는지는 찾아보지 않아서 모른다.) 우선 상전이라는 질적 변화를 양적 변화로 기술하는 표준적인 방법은 '무한대'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특이성(singularity) 또는 비해석성(non-analyticity; 번역이 맞나?)이다. 변화가 유한하다면 양적 변화지만, 변화가 무한하다면 질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에 소개한 논문은 상전이의 조건에 대한 수학적인 정리를 제시한다. 수학을 잘 모르면 따라가기 힘들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고 대충 봤다;; 잘 정의된 포텐셜 V가 있다고 하자. V는 입자들의 위치 {q}의 함수다. 입자들의 위치는 연속적이라고 하자. 특정한 값 v에 대해 V({q}) = v인 {q}의 집합을  Σ_v라 하면, 이것을 equipotential hypersurface(한국어로 어떻게 옮기지?)라고 부를 수 있다.

Σ_v의 위상(topology)이 주어진 구간 [v_0, v_1]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이 시스템의 헬름홀쯔 자유에너지(Helmholtz free energy)는 최소한 두 번 미분가능하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논문에는 전부 Helmoltz free energy로 씌어있다. 이탈리아식 표기법인가? 그래도 고유명사인데;;) 두 번 미분가능하다는 말은 무한대로 발산하는 양이 없다는 말이므로, 1차, 2차 상전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정리의 대우명제를 생각해보면, 주어진 시스템에 상전이가 존재한다면 Σ_v의 위상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v_0, v_1]에 포함된 v_c가 있어서 v < v_c에서의 Σ_v의 위상과 v > v_c에서의 Σ_v의 위상이 미분동형성(diffeomorphism)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v_c는 임계점(critical point)에 해당한다.

평형통계물리는 분배함수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분배함수는 시스템의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 exp(-βE)의 합으로 정의된다. E는 각각의 경우에 시스템이 갖는 에너지이며 β는 온도의 역수에 해당한다. exp(-βE) 자체는 무한히 미분가능하지만(엄밀하게 맞는건가?;;) 이들의 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항들이 열역학적 극한(N → ∞)에서는 무한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배함수의 미분들이 어디까지(몇 번 미분할 때까지) 수렴하는가 하지 않는가가 중요해진다. (개념들이 뒤죽박죽이다;;)

위 정리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상전이가 없다고 위상 변화(topology change)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예로 1차원 XY 모형을 든다. 그래서 이 정리의 충분성이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 하며, 또한 보통의 상전이보다 더 특이한 상전이들을 이해하는데 이 정리가 기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물리적으로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더 맞는 답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지점(v_c)에서 미분동형성이 깨져서 상전이가 나타난다면, 미분동형성이 깨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물리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