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 스핀 시스템을 생각하자. 각 자리의 스핀은 S_i = +1 또는 -1이다. 이 스핀들을 인수로 하는 두 함수 H와 m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H = J Σ S_i * S_j
m = 1/N Σ S_i

J는 이웃한 스핀 사이의 결합상수이고 N은 스핀의 개수다. 모든 스핀의 부호를 바꾸면, 즉 +1이었던 것은 -1로 -1이었던 것은 +1로 바꾸면 H는 변하지 않고 m은 부호가 달라진다. H는 해밀토니안이라 불리는데 그냥 에너지로 생각하면 되고, m은 자기화(magnetization)라고 하는데 질서변수(order parameter)로 불리기도 한다.

자연은 에너지가 낮은 안정한 상태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는데 안정한 상태는 질서를 갖추고 있다. 이 질서를 깨뜨리는 열적 요동(온도 T)에 의해 시스템은 무질서해진다. 이 질서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J가 음수인 시스템의 경우에만) '질서변수' m이다.

다시, 모든 스핀의 부호를 뒤집는 변환에 대해 H는 불변이지만 m은 부호가 바뀐다. 즉 동일한 에너지를 갖지만 부호가 다른 두 m 값이 존재할 수 있다. 부호가 다른 두 m이 아니려면 m = 0인 경우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두 경우는 J와 T의 비율에 의해 구분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상전이가 일어난다.

즉, T/J가 크면 열적 요동에 의한 무질서에 의해 m = 0인 상태만 가능하고, T/J가 작으면 스핀 사이의 정렬 효과에 의해 m ≠ 0인 상태가 가능한데, 같은 에너지에 대해 부호가 다른 두 m이 존재할 수 있다. (1차원에서는 상전이가 없으므로 일단 2차원 이상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문제는 T/J를 조절하면서(즉 조절변수다) 질서변수의 변화를 관찰할 때 왜 특정한 점(point)에서 질서변수의 급격한 변화(수학적으로는 무한대의 기울기)가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m은 T/J의 변화에 따라 전구간에서 연속적으로 변하며, 또한 특정한 T/J 값을 제외하고 언제나 부드럽게 변한다. 이 특정한 T/J 값에서는 m의 기울기가 무한대가 된다. 왜? 어떻게?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상론적으로, 수학적으로 기술하거나 논의할 수는 있지만 왜 그러한 상전이가 나타나는지를 물리적으로 미시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답을 찾지 못했다. 한 가지 실마리가 있기는 하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보이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로버트 러플린은 자신의 책 <새로운 우주>에서 이렇게 썼다.
먼 거리 수준에서 격자 위치가 정확하다는 특성은 결정이 갑자기 녹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사람이 부분적으로 임신 상태에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원자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원자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부분적일 수가 없다. 그런 예측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모양이나 탄성처럼 일반적으로 그것과 관련된 고체의 다른 성질들도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그런 성질들은 한꺼번에 갑자기 사라질 수밖에 없다. (후략)
- 68쪽
사실 다시 봐도 딱 와닿지는 않는데, 더욱 간단하고 과감하게 내맘대로 바꾸어 쓰면, "상전이는 부분들이 모여 전체가 되는 순간에 일어난다." 세미나를 들으러 가야 하므로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있지도 않지만)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