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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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뒤늦게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다가 집어든 서울신문에서 이 책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보았다. (이 줄줄이 소세지 같은 문장구조라니;;) 기사 제목은 조금 선정적이었는데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전해졌고, 얼마 후 세트로(1~4권) 구입을 했다. 그리고 어제밤에 1권을 다 읽었다. 사실 책의 분량이라기보다는 조금 긴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글쓴이도 하고 싶은 얘기만 딱 한 것 같다.

벌써 한 문단이 지나갔는데 책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구나. 글쓴이는 피터 싱어, 옮긴이는 경북대 최정규 교수님. 원제는 <Darwinian Left: Politics, Evolution and Cooperation>인데 지금의 제목보다 원제를 직역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윈주의 좌파'라는 말을 본문에서 처음 보고서야 '아! 그렇군!'이라고 속으로 외치며 이 책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도 써있기는 한데 뒤늦게 알았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히 (내맘대로 정리하여) 말하자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 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이해한 후에 그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을 적자생존과 경쟁의 논리로만 받아들이는 우파의 관점을 거부하고, 또한 인간의 본성이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좌파의 관점도 경계하면서, 진화적으로 형성되어온 인간의 본성 중 변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끄덕끄덕.

"빈곤의 처참함이 자연의 법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우리의 죄는 막중하다" - 찰스 다윈

책의 맨 앞에 씌어있는 이 말에 담긴 정신이 바로 다윈주의 좌파라는 생각의 밑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좀더 실제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옮긴이의 글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인간 본성 중 변하는 것은 어디까지이며 변하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문제가 있으며,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글쓴이가 주장하듯 사실과 가치를 구분해야 하기 위해서도 많은 검토가 필요하며 또 이 두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이기성/이타성 문제를 보자. 우선 이기성과 이타성 모두 인간의 본성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이론의 방법을 이용하면 행위자들의 이기성을 가정하더라도 게임을 반복하게 한다든지, 특정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이기적인 행위자가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최정규 교수님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참고.)

여기에 나의 사족을 달아보자면, (누가 이미 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윈주의 좌파는 '유물론'의 범위를 인체에까지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물질적 조건에 대한 이해 없는 사회변화가 불가능하듯이(정말?) 그 사회를 이루는 인간 개개인과 그들의 본성에 대한 이해 없는 사회변화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이것저것 더 끄적거리고 싶은 얘기들이 있지만, 정리도 안되고 하여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그런데 미루다보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