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잡음(소음; noise)이 도움행동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세 편의 논문을 읽었다. 각각 77, 80, 81년에 출판된 것들이다[1-3]. 이 논문들이 약 30년 전 연구들이라 최근 동향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뻔한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잡음 등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주의력이 줄어든다거나 불쾌감이 생겨서 다른 사람을 도울 동기가 역시 줄어들어 도움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적어도 위 세 편의 논문들은 그러한 경향을 실제 실험들(실험실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수행된)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만 분명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도움행동에 영향을 주는 다른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이 연구들에서는 잡음의 세기와 피험자의 성(sex), 피험자 앞에서 뭔가를 떨어뜨리거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조장한 후에 반응을 살피는 공모자(confederate)의 성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여러 실험 중 눈여겨볼만한 실험을 하나 살펴보겠다[2]. 이스라엘 Bar-Ilan 대학의 심리학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이 피험자인데, 이들은 잡음이 들리는 방에서 행렬에 관한 문제를 풀고 나서 문제와 자신의 느낌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후에 방에서 나온다. 그러면 미국인 학생으로 가장한 공모자가 나타나서 간단한 헤브루어 숙제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며 얼마나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

잡음은 큰 경우(74 dB)와 작은 경우(50 dB)가 있고, 행렬 문제는 쉬운 경우와 매우 어려운 경우의 두 세트가 준비되어 있다. 쉬운 문제를 푸는 경우를 '성공 조건'이라 부르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경우를 '실패 조건'이라 부른다. 피험자가 공모자를 돕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의 길이를 통해 도움의 정도를 판단한다고 하자. 여기서 성공/실패 조건은 피험자의 기분이 잡음의 세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도움행동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보기 위해 도입되었다.

실험 결과 잡음이 큰 경우 성공 조건의 피험자와 실패 조건의 피험자는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한 시간을 제시했다. 하지만 잡음이 작은 경우 성공 조건의 피험자는 실패 조건의 피험자에 비해 공모자를 돕기 위해 평균적으로 2배 정도 많은 시간을 제시했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잡음이 작은 경우, 성공 조건의 피험자들은 성취감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서 실패 조건의 피험자들보다 다른 사람을 도울 마음의 여유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자들의 결론도 이런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잡음이 큰 경우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간단히 생각해보면, 성공/실패 조건에 의한 기분상의 차이가 커다란 잡음에 의한 스트레스에 의해 압도되어 결과적으로 두 조건 사이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들도 이런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딱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워낙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고 복잡한 상황이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기는 하다.

대충 이 정도로 나의 공진화하는 도움연결망 모형에 노이즈를 도입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아래 참고논문들을 보내준 미국에 있는 친구 황박사에게 감사하다는 것을 밝힌다.


+ 참고문헌
[1] Richard A. Page, Noise and Helping Behavior, Environment and Behavior, Vol. 9, No. 3, 311-334 (1977)
[2] Yoel Yinon, Aharon Bizman, Noise, Success, and Failure as Determinants of Helping Behavi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6, No. 1, 125-130 (1980)
[3] Daniel M. Geller, ‌Gregory P. Malia, The Effects of Noise on Helping Behavior Reconsidered,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1981, Vol. 2, No. 1, Pages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