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송대진 박사님이 지난 번 '양자이론의 기초' 워크샵에서 발표하셨던 주제는 '양자이론과 의식의 양립불가능성'이었다. (제목은 이것과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 송박사님이 최근 arxiv.org에 올리신 논문을 다운받아 읽어보았다[1].

이 논문에서는 의식이 어떻게 뇌로부터 발현되는가와 같은 내용들과 무관하게 양자이론의 공리들로부터 마음 상태(mental state)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정의한다. 그 이전에 관찰 대상과 관찰자의 기준틀(reference frame)이 같은 공간에서 정의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차원 직선 위에 점이 하나 있는데 이 점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원점을 정해서 기준점으로 잡아도 되고 관찰자가 그 1차원 직선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면 관찰자의 위치가 기준점이 될 것이다. 여기서 1차원 직선 위에 있는 관찰자의 기준틀은 왼쪽/오른쪽으로만 구성되며 그것은 곧 관찰 대상, 즉 점의 상태에 대한 자유도와 같다. 즉 관찰자의 기준틀은 관찰 대상이 정의된 공간과 같은 공간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식을 양자이론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면 양자상태가 정의된 복소 힐베르트 공간(complex Hilbert space)에 관찰자의 기준틀을 정의해야 한다. 관찰 대상을 3차원 공간의 상태 벡터 v라고 하고, 이 벡터를 측정하는 행위는 관찰자의 기준틀 e(이것 역시 3차원 공간의 벡터로 주어진다)에 대해서 이루어진다. v를 e의 특정한 축(예를 들면 y축)에 대해 시계방향으로 θ만큼 회전시키면 당연하게도 관찰자 e가 보기에 v가 자신의 y축에 대해 시계방향으로 θ만큼 회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v를 회전시키는 대신 관찰자가 자신의 기준틀 e를 y축에 대해 θ만큼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면 역시 v가 자신의 y축에 대해 시계방향으로 θ만큼 회전한 것으로 보인다.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위의 두 가지 회전 중 상태 벡터의 회전은 슈뢰딩거 그림(Schroedinger picture)이라고 하고 관찰자의 기준틀의 회전은 하이젠베르크 그림(Heisenberg picture)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둘은 관찰 대상이 움직이느냐, 관찰자가 움직이느냐만 다를 뿐 동일한 측정 결과를 보여준다. 이 두 그림이 동일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은 양자이론의 공리 중 하나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자기 자신을 관찰/인식하는 관찰자(이 논문에서 '의식'이 정의되는 방식인 것 같다)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긴다. 앞에서 관찰 대상이라고 했던 v를 자기 자신 즉 e로 바꾸면 '스스로를 관찰하는 관찰자'의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이는 위의 일반적인 경우의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다. 앞에서 우주에 관찰 대상 v와 관찰자 e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했다면, 이제는 관찰 대상 없이 관찰자 e만이 존재하는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다. 어떤 외부의 대상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기준틀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또 이를 자신이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가 문제다.

스스로를 관찰하므로 e는 관찰 대상이자 동시에 관찰자다. 관찰 대상인 e를 자신의 y축에 대해 시계방향으로 θ만큼 회전시킨 결과와 관찰자 e 자신이 y축에 대해 시계반대방향으로 θ만큼 회전한 결과는 θ가 π의 정수배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다르다. 즉 슈뢰딩거 그림과 하이젠베르크 그림이 동일한 결과를 준다는 양자이론의 공리에 위배된다. 이로써 양자이론과 의식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 참고문헌
[1] D. Song, Incompatibility between Self-Observing Consciousness and the Axioms of Quantum Theory, arxiv.org:0706.4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