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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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어제에서야 끝을 보았다. 원제는 <The Truth about Cinderella: A Darwinian View of Parental Love>이며 진화와 생태학 이론을 심리학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는 마틴 데일리와 심리학자인 마고 윌슨이 함께 썼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혈연 관계가 없는 자식, 즉 의붓자식보다 혈연 관계가 있는 자식에 대해 더 많은 양육 투자를 하며, 그것이 자신의 유전자 번식에 유리하므로 진화생물학적으로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글쓴이들은 아동학대에 관한 많은 자료에 근거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의붓부모에 의한 자식 학대 및 살해가 친부모에 의한 자식 학대 및 살해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비율이 나타난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 의붓부모가 2세 이하의 아이를 살해할 가능성이 친부모가 살해할 가능성보다 약 70배나 높았고 이 비율은 10대 피해자의 경우에도 약 15배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명백한 근거자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학협회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연구자들이 의붓가족에게 오명을 더하지 않아도 그들이 충분히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느끼기 때문"(96쪽)이며 "의붓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우려는 좋은 의도에서 나온 노력의 결과"(97쪽)라고 한다. 그러한 노력은 인정하지만 '사실'을 회피하는 것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글쓴이들의 주장이다.

가족 내에서 친부모와 의붓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신 "의붓부모의 양가적이고 때로는 고통 받는 감정이 정상인 것으로 인지된다면, 유전적 부모가 의붓부모의 투자를 당연한 것으로서 요구하는 대신 그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이 장려된다면, 그 편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100쪽) 또한 "중요한 것은 표독한 의붓어머니가 표독한 친어머니보다는 훨씬 많지만 표독스런 의붓어머니보다 친절한 의붓어머니가 훨씬 많다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124쪽, 옮긴이의 말)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은 다를 수 있지만 둘 다 '정'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는 결론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결론일 듯 하다.